입담에 실력이 못 미쳤다…‘마네킹 빌런’으로 시즌 마친 이관희가 아쉬운 이유

이은경 2023. 4. 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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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사진=KBL 제공

창원 LG의 주장 이관희(35·1m91㎝)의 입이 2022~23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를 뜨겁게 달궜다. 실력 모자란 선수의 경솔한 입방정이었을까, 리그의 재미를 더하는 쏠쏠한 양념이었을까. 팬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크게 엇갈려 논란은 더 뜨거웠다. 

LG는 지난 18일 서울 SK와의 4강 PO 3차전에서 져서 3연패로 탈락했다. 정규리그 2위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단기전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LG와 SK의 4강은 ‘마네킹 시리즈’로 불렸다. 이관희가 시리즈 직전 인터뷰에서 SK의 수비가 위협적이지 않다면서 “SK 수비수들은 마네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게 도화선이었다. 

SK는 공격에서 화려한 선수들의 뒤를 받치는 수비 자원이 여럿 있다. 이들을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관희는 최원혁과 최성원, 오재현까지 셋을 묶어 ‘마네킹’이라고 도발했다. 

SK 선수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4강 1차전이 열리기 전 중계방송사의 사전인터뷰 때 인터뷰하는 이과희 뒤로 최원혁과 최성원, 오재현 등 ‘마네킹 삼인방’이 마치 마네킹을 옮기듯 한 명이 뻣뻣하게 서있고 둘이 이를 옮기는 퍼포먼스를 했다. 

만일 이관희가 단기전에서 무섭게 공격력을 폭발시켰다면 마네킹 논란은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관희는 자신만만한 도발이 무색하게 부진했다. 

이관희는 1차전에서 6득점에 그쳤다. LG가 5점 차로 패배(68-73)했기 때문에 이관희의 부진이 더 뼈아팠다. 그는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11.3점을 넣었다. 

이관희는 2차전에서 19점, 3차전에서 13점을 넣었는데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3점 슛에서는 시리즈 전체에서 14개를 시도해 단 한 개만 성공했다. 1~2차전에는 3점 슛 성공이 ‘0’이었다. 

수비에서도 상대를 묶지 못했다. 이관희가 수비했던 SK 허일영은 알토란 같은 외곽슛으로 승부처에서 활약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나선 이관희(오른쪽).   사진=KBL 제공

이관희는 도발적인 인터뷰를 자주 한다. 밋밋해진 프로농구에 자진해서 흥밋거리를 던져주는 스타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그가 입담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관희는 2011년 서울 삼성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후 2020~21시즌부터 LG로 팀을 옮겼다. 10시즌 넘게 치르면서도 자신이 주역이 되어 단기전을 치르고 승리를 이끈 경험이 없었다. 그런 그가 올 시즌 주장을 맡아 LG를 2위에 올려놓았다. 이관희가 단순한 인터뷰 빌런이 아니라 한 단계 다른 차원의 스타가 되길 기대하는 시선이 그래서 더 많았다. 그러나 LG의 싱거운 3연패에 도발적인 인터뷰도 묻히고 말았다. 

SK의 베테랑 가드 김선형(35)은 “관희의 마네킹 발언을 좋게 본다”고 했다. 그는 “NBA(미국프로농구)에서도 경기를 할 때는 도발하다가 시리즈가 끝나면 서로 리스펙(존중)하지 않나.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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