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1st] 김민재 빠지자 동료 수비수들 '와르르'… 난자리 컸다

아미르 라흐마니(나폴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는 든자리도 눈에 띄고, 난자리도 눈에 띄는 선수였다. 김민재의 활동범위에 의존해 운영돼 온 나폴리 동료 수비수들은 그의 공백을 절감해야 했다.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2022-2023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을 치른 AC밀란이 나폴리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앞선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던 밀란이 1승 1무로 4강에 진출했다. 4강 상대는 이튿날 열리는 인테르밀란 대 벤피카 경기에서 결정되는데 인테르가 1차전 2-0 승리로 유리한 상태다.

경고누적으로 김민재가 결장했고, 그 자리를 주앙 제주스가 메웠다. 제주스는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대신 뛴다고 해서 전력 약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당한 출사표를 냈다.

제주스의 말대로 본인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수비진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이탈리아 일간지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는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날 경기만 보면 무승부를 거둔 나폴리 선수들에게 무더기 낙제점을 주진 않았다. 최하점인 5점을 3명 받았는데, 그 중 레프트백 마리우 후이와 센터백 아미르 라흐마니가 있었다.

특히 라흐마니에 대한 평가는 '잘하지 못했다. 아마 옆을 지켜주던 김민재가 그리웠을 것이다. 경기 막판에는 체력이 달리는 듯 보였다. 올리비에 지루를 놓쳤는데 알렉스 메레트 골키퍼가 막아 줘서 다행이었다'라는 혹평이었다. 김민재의 공백이 거론된 것이다.

그동안 나폴리 포백은 왼쪽 센터백 김민재의 넓은 활동범위가 근처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경기력 전반에 도움을 주도록 조합돼 왔다. 김민재 옆의 풀백인 후이는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배후 커버는 김민재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이의 전진은 공격 에이스인 왼쪽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파괴력으로도 이어졌다. 또한 오른쪽 센터백 라흐마니가 비교적 둔하고 압박에 취약하다는 점도 김민재가 보완해줬기 때문에, 라흐마니는 물러나 지키면서 정확한 패스로 빌드업에 기여할 수 있었다.

김민재의 비상한 커버 능력 대신 자기 자리를 막는 정도가 한계인 제주스가 들어오자, 라흐마니가 뚫릴 때 뒤를 봐 줄 사람이 없어졌다. 후이 역시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갈피를 잡기 힘들어하다, 무리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지루가 넣지 못한 것이 후이에겐 다행이었다.

현대적인 축구를 하는 팀은 센터백에게 수비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빌드업 방식과 수비 방식을 바꿔가며 경기 운영에 기여하라는 요구까지 한다.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이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평가가 높았다. 이날 나폴리의 왼쪽 센터백 자리만 놓고 보면 제주스가 제몫을 해 줬으나, 김민재의 다양한 전술 소화 능력 없이는 공수 양면에서 마지막 퍼즐을 뺀 꼴이 되고 말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