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수감 중에도…텔레그램 마약 유통 조폭 적발

마약 유통·판매책 25명, 매수·투약자 33명 등 총 58명 검거…필리핀서 지시한 조폭도 입건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에 갇혀…휴대폰 반입 가능한 점 악용
작년 5~7월까지 멕시코산 필로폰 3.5㎏ 유통 혐의…시가 116억원 상당, 12만명 동시 투약분

경찰 ⓒ데일리안 DB

마약류 범죄를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망쳤다가 현지에서 붙잡혀 수감된 조직폭력배가 현지 수용소에서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마약류를 유통해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19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마약류 유통·판매책 25명과 매수·투약자 33명 등 총 58명을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 중 혐의가 무거운 유통책 20명과 매수자 3명 등 23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아울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도권 지역 조폭 출신 40대 A 씨도 형사 입건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멕시코산 필로폰 3.5㎏, 시가 116억원 상당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재 필리핀 마닐라 소재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상태다. A 씨가 유통한 필로폰은 약 12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A 씨는 2018년 10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국내에서 마약류 범죄를 저지른 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왔기 때문이다.

그는 필리핀 도주 2년여 만인 2020년 9월 현지에서 폭력죄 등을 저질러 검거됐고, 이후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됐다. 필리핀의 이민국 수용소는 한국의 외국인보호소와 같은 개념이다. 범죄 혐의로 붙잡혀 추방되기 전 단계에 있는 필리핀 내 외국인들이 수용되는 곳이다.

A 씨는 이같은 수용소 내에 휴대전화 반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수용소에서 알게 된 국적 불상의 외국인을 통해 국내 체류 나이지리아인인 40대 B 씨를 소개받아 국제특송 화물로 B 씨에게 필로폰을 전달했다. A 씨는 톱니바퀴 모양의 기어류 부품에 필로폰을 숨겨 국내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해당 기어류 부품을 국내 기업이 요청한 부품 샘플인 것으로 위장했다. 경찰은 이런 경우 통관 절차가 비교적 간소해 밀반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이와 동시에 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등의 글을 올려 국내에서 판매책 역할을 할 공범을 모집했다.

B 씨는 A 씨로부터 받은 필로폰을 '던지기'(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 수법으로 판매책들에게 전달했다. 이들 판매책은 또다시 하위 판매책들을 통해 매수·투약자들에게 필로폰을 팔았다.

경찰은 필로폰 단순 매수자 1명을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윗선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수사가 확대되면서 A씨 등 50명이 넘는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마약은 ▲필로폰 2.6㎏ ▲합성 대마 46팟(1팟은 1카트리지) ▲액상 대마 13팟 ▲대마 1.81ｇ ▲MDMA(엑스터시) 237정 ▲케타민 1.57ｇ ▲코카인 2.62ｇ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