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날조...윤 대통령 4.19기념사에 등장한 초유의 단어들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 참석... "거짓선동으로 민주주의 위협하는 세력에 속아선 안 돼"

[유창재 기자]

▲ 기념사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많이 봐 왔다"면서 "이러한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가 바로 자유민주주의다.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것은 가짜민주주의"라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는 늘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다.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바로 우리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우리 자유의 위기"라며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윤 대통령은 발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줄곧 언급해오던 '가짜뉴스'란 표현을 넘어 '사기꾼'이란 격한 단어까지 사용했다. 이를 두고 최근 정치권 상황과 맞물려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닌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이날 4.19 기념식 참석은 통상 10주기 기념식에만 대통령이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2007년 이후 16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기념식에 참석했기에 2년 연속 참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에는 취임 1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 자신의 국정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로 시작해 자유와 민주주의로 끝난 기념사

윤 대통령은 기념사 서두에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불굴의 용기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분연히 일어섰던 4․19혁명이 63주년을 맞이했다"면서 "이곳 4․19민주묘지에는 오백일곱 분의 4․19민주 영령들께서 영면해 계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 횃불을 높이 들었던 학생과 시민의 위대한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불의와 부정에 항거한 국민 혁명은 1960년 2월 28일 대구를 시작으로 대전을 거쳐 3월 15일 마산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4월 19일 전국으로 확산되었다"며 "꽃다운 젊은 나이의 학생과 시민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자유의 꽃'을 피우고, 자유를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다"고 역사적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 뒤 윤 대통령은 "4․19혁명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 되었다"며 "우리 정부는 어느 한 사람의 자유도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4․19정신이 국정 운영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도 깊이 스며들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국격을 바로 세운 4·19혁명 유공자들을 한 분, 한 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후세에 전할 것"이라며 "정부는 처음으로 4․19혁명이 전개된 지역 학생들의 학교 기록을 포함하여 현지 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강원, 전북, 마산 지역에서 주도적 활동을 하신 서른한 분에게 건국포장을 수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특히, 부산 지역 4․19혁명을 주도했던 부산고등학교의 열한 분의 공적을 확인하고 포상을 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정부는 조국을 위해 용기있게 헌신하신 분들을 찾아 대한민국 국가의 이름으로 끝까지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사를 마무리하면서도 "오늘 우리는 4·19혁명 열사를 추모하고 이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섰다"면서 "아울러 우리는 혁명 열사의 뒤를 따라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함께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이날 4.19혁명 기념사는 '자유'와 '민주주의'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