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참전한 반도체 패권 경쟁…삼성·SK 투자 주머니 열릴까

조인영 2023. 4. 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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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62조 규모 반도체법 시행 합의…최첨단 기술 경쟁 가속화
인텔 이어 삼성·SK 추가 투자 관심…"한·미 외 반도체 투자는 어려울 것"
글로벌 반도체장비 업체 네덜란드 ASML 직원들이 첨단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점검하고 있다.ASML 홈페이지 캡처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이 파격적인 세제혜택으로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선 가운데 최근 유럽도 약 62조원에 해당하는 반도체법을 마련,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럽이 반도체 공급망 대전에 참전하면서 삼성·SK 등 한국 반도체가 이 지역을 새로운 투자처로 염두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유럽 시장의 규모와 생태계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의 유럽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진단한다. 대신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18일(현지시간) 총 430억 유로(약 62조원) 규모의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에 합의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유럽의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첨단 기술 뿐 아니라 구형 공정 생산, 연구개발(R&D), 설계 역량 강화, 전문인력 양성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지원한다. 또한 통합 생산설비 및 개방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EU 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시설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 발표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미국 진출에 대응하는 한편 최첨단 기술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EU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3대 소비 시장이지만 반도체 공급망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유럽이 첨단 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러시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EU반도체 법안에는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해 미국처럼 보조금 지급 조건이 까다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경우,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 유로 규모 초대형 반도체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는 등 유럽 지역 생산 확대를 추진중이어서 법안 통과에 따른 추가 수혜가 예상된다.


이 같은 유럽의 손짓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가 당장 화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럽을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로 활용하기에는 시장이 작은데다, 이미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대표 산업 중 하나가 자동차이고 이 분야에 주로 활용되는 반도체는 첨단 반도체급이 아닌 범용(레거시)여서, 이를 겨냥한 제조 시설 투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유럽은 반도체 시장 규모나 생태계가 작아 삼성이나 SK가 투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유럽은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많은 데 이를 첨단 반도체로 보기는 어려워 국내 기업의 투자 니즈는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이 첨단 칩에 대한 공동설계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한다면 삼성전자 등이 투자를 고려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시설을 투자하거나 투자를 검토중이다.


기흥·화성·평택 등 국내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은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미국에는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앞으로 미국 지역에만 11개의 삼성 팹이 추가적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전공정은 아니지만 후공정(Advanced Packaging) 투자를 조율중에 있어 조만간 대미 투자 계획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반도체 업황에도 수십 조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유럽을 새로운 투자처로 검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메모리, 10nm(나노미터) 이하 비메모리 위탁제조업이 우리 기업들의 주된 수익원이이며 경쟁 무대이기 때문에 유럽 보다는 미국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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