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 나선 청년들 "마을공동체서 많은 것 배워, 주거지원 절실"
[이은주 기자]
▲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추진한 남문동마을 할머니 활동가 프로젝트를 시행한 후 어르신들의 작품을 마을 담벼락에 전시해 놓았다. 최유경 이사장(위). 정재연 팀장(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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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쇠락해가는 지역을 재생해 정착을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원도심 공동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도시재생으로 활력 넘치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 최유경(43) 이사장과 정재연(36) 팀장이다.
충남도청 이전과 함께 원도심이 되어버린 홍성읍에 위치한 남문동 마을. 3월말 기준 홍성읍 인구수는 3만6212명으로 전월대비 108명이 감소했다. 2021년 12월 말 기준 3만8834명 대비 2622명이 감소했다. 출생아수 역시 2017년 215명, 2018년 197명, 2019년 167명, 2020년 172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원도심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유입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남문동 마을의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마을기업으로 설립된 단체가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이다.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은 홍성군도시재생지원센터와 연계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할머니화가 프로젝트, 바리스타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낙후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마을공원놀이터를 조성하고 운동기구 설치, 마을길·대문·담장 정비, 조명설치, 공영주차장 건설, 외부 집수리 지원사업 등으로 마을공간을 재탄생시켰다.
▲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 최유경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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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 최유경 이사장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앞 동네에서 살던 남자친구와 가정을 꾸리고 두 아들을 둔 최 이사장은 그야말로 홍성 토박이다.
최 이사장이 대학졸업 후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홍성으로 돌아온 후 도시로 떠나지 않고 홍성에 남아 지역을 지키고 있는 것은 삭막한 도시정서가 싫고 정감 넘치는 지역이 좋아서이다.
오관리 4구(남문동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최 이사장은 "2019년 부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공동체 사업으로 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며 "농촌지역의 도시재생은 지역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원도심공동화로 인해 인구가 줄면서 텅 비어가는 마을을 정감 있고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채워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마을공동체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우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의 아이들과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또한 중년을 앞두고 중년여성에 대한 고민과 고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개선해나가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공일로부터 2년여 동안 지연되고 있는 남문동 복합커뮤니티센터가 하루속히 공사가 마무리되어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마을주민들은 물론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여 더욱더 살기 좋고 활력 넘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최 이사장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자원과 연계한 주거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최 이사장은 "마을 자원을 활용한 마을일자리 사업도 필요하지만 도시청년들이나 귀향하는 청년들을 위해 머물 수 있는 공간, 즉, 주거안정을 위해 지역자원과 연계한 주거지원사업이 절실하다"며 "또한, 지역에 정착하고자 하는 도시청년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고충은 텃세이다. 이로 인해 다시 도시로 떠나는 청년들이 많다. 청년들에게 지역의 정을 한껏 느끼게 해주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세심한 배려와 가득한 정을 베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청년들이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도시에서 지역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도시청년들이 원하는 다양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청년들 역시 지역 정착을 위해 홍성군농업기술센터 또는 귀농귀촌센터를 통해 충분한 상담과 계획으로 신중하게 결정해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 정재연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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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순천이 고향인 정재연 팀장은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한 후 설계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가치와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이에 새로운 길을 찾던 중 홍성군 장곡면의 젊은협업농장에서 시행하는 이주농부 프로그램에서 지역에 대한 매력을 느껴 정착하게 되었다.
정 팀장은 "제가 좋아하는 자연환경과 지역에 정착한 다양한 청년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후 홍성군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며 지역정착을 시작했다"며 "당시 담당했던 마을이 남문동마을이다. 남문동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저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도시재생을 위해 설립된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최유경 이사장과 함께 일하며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어려운 상황들을 해결해나가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정착을 더욱 굳건히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함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조금은 버겁지만 전공을 살려 앞날을 다시 그려나갈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도시재생을 통해 건축되는 남문동 복합커뮤니티센터와 마을공원 등 마을에 물적공간과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사업을 시행하려고 한다"며 "현재 준비 중인 주사업은 아이돌봄 사업, 어르신돌봄 사업, 작은도서관 운영 관리사업, 복합커뮤니티센터 관리사업, 남문동 주민 문화체험교육 사업이 있으며 기타사업으로는 카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사업을 시작하고 자리를 잡아가게 되면 홍성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시행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 팀장이 생각하는 지역의 도시재생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민과 관, 중간지원조직이 책임감을 갖고 함께 협업해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도시재생은 시행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변수가 생기는 사업이다. 일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과 관, 중간지원조직이 내 일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해 만들어진 각 마을에 사회적협동조합의 잘 운영되는지가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의 목표는 남문동 복합커뮤니티센터가 조속히 완공되면 홍화문사회적협동조합이 그동안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들을 내실있게 추진해 마을기업으로서 당당히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정 팀장은 도시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결국 일하는 조직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조직의 리더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된다"며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앞날을 꿈꿔나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청년 리더 양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 청년리더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어 "외지인인 청년들이 홍성에 왔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나와 잘 통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인 것 같다."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편하게 나눌 수 있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청년들만의 소통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역정착을 꿈꾸는 도시청년들에게 정 팀장은 "바로 답을 찾기는 어려운 문제지만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정리하고 지역정착을 시작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지역에서 새롭게 선택하게 된 일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해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풀려나갔던 것 같다. 청년들도 굳은 각오와 적극적인 자세로 지역정착을 시도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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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홍주포커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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