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돈봉투' 인지·직접 관여 정황… 檢, 공여자·수령자 수사 속도
공여자 이어 수령자 특정해 소환 나설 듯
송영길 전 대표 22일 입장 발표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사건을 이정근 전 당 사무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치부했던 송영길 전 당 대표가 돈 봉투 살포 과정을 보고받거나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며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미 돈 봉투 전달에 관여한 공여자를 특정한 검찰은 돈 봉투를 받은 수령자들을 특정한 뒤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에 가담한 9명의 공여자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돈 봉투를 받은 민주당 의원 등 수령자들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윤 의원과 이 전 부총장,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등은 당대표경선투표 일정이 시작됐던 2021년 4월 28일 무렵 두 차례에 걸쳐 각 3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을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또 같은 해 4월 말경에는 20명의 지역상황실장과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20명의 상황실장 등 40명에게 각 5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살포했다. 그에 앞서 같은 해 3월 말부터 4월 10일 사이 10명이 넘는 지역본부장에게 1400만원이 전달되기도 했다.
16일 강 회장을 먼저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전날 수감 중인 이 전 부총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관련 녹음파일과 최근 윤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에서 확보한 업무일지, 일정표 등 압수물 등을 토대로 이 전 부총장에게 당시 돈 봉투를 받은 수령자들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은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자신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지만, 실제 검찰 조사에서는 통화 녹음파일 등을 통해 드러난 혐의들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나온다.
한편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 중에는 자동녹음 기능을 통해 녹음된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뿐만 이 전 부총장이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거나 회의한 내용을 녹음한 일반 음성 녹음파일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이 언젠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녹음해둔 것으로 보이는 이들 녹음파일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전날 JTBC가 공개한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강 회장이 "내가 조금 '성만이 형(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고 얘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송 전 대표가 강 회장 등의 '돈 봉투' 살포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격려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또 강 회장이 돈을 받은 인물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 전 부총장 등과 별도로 송 전 대표가 직접 자금을 마련해 누군가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얘기하는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검찰은 당시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모씨를 곧 소환해 송 전 대표가 당시 돈 봉투 살포 과정을 인지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에서는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당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22일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번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이 전 부총장과 명확하게 선을 그었지만 자신이 직접 돈 봉투 살포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까지 공개된 상황인 만큼 귀국에 앞서 검찰의 수사 상황과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은 곧 강 회장의 신병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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