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앞세운 전경련의 광폭행보…재계는 애매한 줄다리기

한예주 2023. 4.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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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재계 맏형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이 합류한 이후엔 경제사절단 주도권을 가져오는 등 어느 정도 성과도 나타나는 중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철저한 거리두기를 하던 전경련이 윤석열 라인인 김 회장직무대행의 등장으로 대통령과의 접점을 높이는 듯해서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인 중동 경제사절단까지만 해도 대한상의가 맡았지만, 지난달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이 전경련에 합류한 후 사절단 주도권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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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일·방미 행사 주관
전경련에 힘 싣는 정부
4대그룹, 재가입설에 "검토안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재계 맏형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이 합류한 이후엔 경제사절단 주도권을 가져오는 등 어느 정도 성과도 나타나는 중이다. 재계는 난감해졌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철저한 거리두기를 하던 전경련이 윤석열 라인인 김 회장직무대행의 등장으로 대통령과의 접점을 높이는 듯해서다.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설이 서서히 거론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대통령과의 관계와 정경유착의 꼬리표 사이에서 재계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19일 전경련은 이달 말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경제사절단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가 포함됐다.

전경련이 대통령 방미 행사에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인 중동 경제사절단까지만 해도 대한상의가 맡았지만, 지난달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이 전경련에 합류한 후 사절단 주도권을 되찾았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 경제사절단 구성과 행사도 주관했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한 게 드러나 사실상 정부 공식 행사에서 배제됐다. 이후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며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는 경제단체장 회의에 패싱당했으며, 대통령의 국외 방문 때 경제사절단 모집 등 재계의 공식 창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로 맡아왔다.

6회 연속 전경련의 회장직을 맡았던 허창수 회장이 올해 1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전경련은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전경련은 정부와의 관계 회복이 여의치 않자, 지난 2월 윤석열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회장직무대행으로 영입해 쇄신 작업에 나섰다. 기업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가 전경련의 수장을 맡는 것은 1961년 전경련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론 경제사절단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해 전경련의 전략이 일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애매해진 것은 재계다. 주요 그룹들의 이탈로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해 경제단체 대표 자격에서 한참 멀어진 전경련에 정부가 힘을 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국정농단 이전에도 갖가지 정경유착 사건에 얽혀 신뢰를 잃었던 전경련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4대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설까지 거론되고 있어 부담은 더 커지는 중이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4대그룹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전경련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미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재계 소통 창구가 재편된 상황에서 4대그룹의 복귀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재계 역시 "전경련 가입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전경련 재가입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직무대행의 가장 큰 과제는 전경련의 쇄신과 4대그룹의 재가입이다. 스스로 임기를 6개월로 제한한 탓에 김 회장직무대행이 주도하는 '전경련 살리기'는 4개월가량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4대그룹 한 관계자는 "정경유착으로 신뢰를 잃은 전경련이 쇄신을 위해서는 정치권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면서 "전형적인 정치인 출신이 이끄는 경제단체에 기업들이 다시 들어가는 것을 국민들이 반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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