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 채권·주식 투자 '암운'…덩치만 커지고 효율은 '꽝'

부광우 2023. 4. 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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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유가증권 수익률 일제 하락
운용 규모는 4대銀만 10조 불어
투자 위험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의 해외 유가증권 투자 수익률이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부문의 자산운용 효율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반면 글로벌 채권과 주식에서 만큼은 금융시장 불안에 직격탄을 맞으며 죽을 쑨 모양새다.


이런 와중 4대 은행의 관련 투자 규모만 1년 새 1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아쉬움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자산운용 효율 악화는 결국 고객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지난해 외화 유가증권 운용을 통해 거둔 수익률은 평균 1.54%로 전년 대비 0.41%포인트(p) 떨어졌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운용 수익률이 나란히 1.34%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45%p와 0.40%p씩 낮아졌다. 국민은행의 역시 1.46%로, 우리은행도 2.03%로 각각 0.62%p와 0.17%p씩 해당 수치가 하락했다.


4대 은행 외화 유가증권 수익률.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와 달리 국내 채권·주식에서의 투자 성적은 이전보다 다소 나아졌다. 비록 눈에 띄는 개선세는 아니었지만, 해외 시장에서처럼 상황이 더 나빠지진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이 원화 유가증권 운용에서 기록한 평균 수익률은 1.59%로 0.03%p 높아졌다.


채권·주식뿐 아니라 대출 등 다른 자산운용까지 합해 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해진다. 4대 은행의 외화자금 전체 운용 수익률은 2.43%로 0.91%p 상승했다. 원화자금 운용 수익률 역시 3.09%로 0.76%p 올랐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해외 유가증권 투자의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권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가뭄이 심화하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이 기폭제가 되면서 글로벌 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해외 투자를 둘러싼 불리한 여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뜩이나 높은 금리를 더 인상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어서다. 연준은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4.75~5.00%로 현재보다 0.25%p 높인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인상이 단행되면서, 연준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그런데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 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1%다. 현 18명의 위원 중 10명은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내다봤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환율도 변수다. 환율이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면 이에 연동한 원화 환산 수익률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267.3원으로 1년 전보다 6.9% 올랐다. 특히 같은 해 10월 한때는 1430원을 넘나들면서 변동성이 극대화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뚫은 건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여파 이후 역대 세 번째였다.


은행권의 해외 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외화 유가증권 운용 자금의 평균 잔액은 42조2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8조7776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소비자들에게도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란 점이다. 은행의 자산운용 효율이 떨어지면 이는 곧 대출 등 다른 자금 운용 부문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투자 수익률이 나빠질수록 알게 모르게 고객의 대출 금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해외 투자는 아직 국내보다 대출의 비중이 작고 채권 등 유가증권 운용 규모가 큰 편"이라며 "이로 인해 금리와 환율 리스크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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