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연기해도 최대 4개월…은행 부실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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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회수를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 기관이 정부의 경매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로 인한 손해는 금융기관이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은행의 부실만 키울 뿐 전세 사기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방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은행이 정부의 경매 연기 요청을 수용한다고 해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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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 경매 일정 중단이나 유예 방안 시행" 지시
경매 일정 늦추면 금융기관 유동성에 영향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회수를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 기관이 정부의 경매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로 인한 손해는 금융기관이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은행의 부실만 키울 뿐 전세 사기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방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에 가입된 32개 아파트·빌라 1787세대 가운데 약 60%인 1066세대가 경매·공매에 넘어간 상태다. 이 가운데 106세대는 이미 낙찰돼 매각이 완료됐으며 261세대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즉 1000세대가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인천지역에서만 전세 피해 세대가 3000세대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입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위는 경매가 끝나면 피해자들은 강제 퇴거가 불가피하다며 피해 세대의 경매 중단 혹은 연기에 대한 행정 명령을 요구해왔다. 전세 사기를 당해서 기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매로 집이 넘어가 버리면 보증금을 보전받기 어렵고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기 위해 추가 자금도 마련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전세 사기 물건이 경매에 나가면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주채권자인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고 이후 나머지 금액이 후순위인 세입자 보증금으로 반환되는데 일부 소액만 되돌려 받거나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청년 세입자 3명이 두 달 새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책위에 따르면 인천시는 전세사기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가 3번째 발생하고 나서야 국토부에 이 같은 요구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청년 세입자가 잇따라 사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이나 유예 방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시행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금융기관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근저당권을 가진 은행은 통상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하면 임의 경매 절차를 진행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그런데 경매를 중지하면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돼 연체한 금액만큼 은행의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매를 중단하면 은행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만약 경매를 연기하더라도 최대 4개월의 시간만 벌 수 있는 셈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연기신청에 관한 조항이 있는데 통상 2회까지 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며 "1회당 2개월 정도로, 총 4개월 동안 경매 기일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수 사유가 있다면 법원 재량으로 매각 기일을 4개월 이상 연기할 수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또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달리 은행은 사기업이다. 정부가 은행에 경매 연기를 권고할 수 있으나 강요하긴 어렵다. 게다가 은행이 정부의 경매 연기 요청을 수용한다고 해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매가 진행 중인 물건 중 임차인들이 손해 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전세사기 사건만 구제해주면 형평성 문제가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정부가 나서서 채권을 가진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을 모두 떠안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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