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은 떨어졌지만...여전히 날카로운 양현종 슬라이더

안희수 2023. 4. 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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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한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은 2023시즌 등판한 두 경기에서 모두 호투했다. 11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7이닝 7피안타 3실점, 최근 등판이었던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적어 승리는 아직 거두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1.93, 피안타율 0.204를 기록하며 '짠물 피칭'을 보여줬다.

양현종은 시즌 초반 고전할 것으로 보였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와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3점 홈런을 맞는 등 투구 내용이 안 좋았고, 대회 남은 대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며 실전 감각도 떨어졌다.

양현종은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살이다. 2020년 144.2㎞/h였던 포심 패스트볼(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2.4㎞/h로 떨어졌다. 올해 2경기는 141.3㎞/h이었다.

더 이상 힘을 앞세운 투구는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구력과 완급 조절 능력이 더 좋아졌다. 슬라이더를 무기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모습은 전성기와 다르지 않다.

왼손 강타자가 많은 16일 키움전이 그랬다. 양현종은 리그에서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 능력이 가장 좋은 이용규를 상대로만 삼진 2개를 뽑아냈다. 1회 말 첫 승부에선 슬라이더를 높이만 변화를 주며 3연속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3회는 낮은 코스 슬라이더로 시선을 흔든 뒤 조금 더 높은 직구를 바깥쪽(좌타자 기준)에 꽂아 루킹 삼진을 잡았다.

노련한 투구는 국가대표 내야수 김혜성과의 6회 승부에서도 빛났다. 초구부터 몸쪽(좌타자 기준)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걸친 슬라이더로 제구력을 과시했다. 이후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직구를 보여준 뒤 바로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키움전에서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구사해 범타 8개를 유도했다. 탈삼진만 5개였다.

2022시즌 양현종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92이다. 올 시즌은 0.067. 좌타자에게 양현종의 슬라이더는 여전히 마구다.

양현종은 18일 기준으로 통산 159승을 거뒀다. 1승만 추가하면 송진우·정민철(이상 은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60승 고지를 밟는 투수가 된다.

양현종의 다음 등판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 중 한 경기다. 지난해 상대 주축 타자이자 좌타자인 오재일에게 피안타율 0.091을 기록했다. 구자욱에겐 피안타가 없었다. KIA가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떨어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 에이스의 어깨가 무겁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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