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 9년 만에 GS컴백
[양형석 기자]
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이 9년 만에 7시즌 동안 활약했던 팀으로 컴백했다.
GS칼텍스 KIXX구단은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자격을 얻은 1981년생 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과 계약기간 1년 총액 3억 원(연봉 2억 5000만 원, 옵션 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3-2014 시즌 GS칼텍스를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로 이적했던 정대영은 9시즌 동안의 도로공사 생활을 마치고 '친정' GS칼텍스로 복귀를 선택했다.
▲ 2014년 도로공사로 이적했던 정대영은 9년 만에 GS칼텍스로 컴백했다. |
ⓒ GS칼텍스 KIXX |
GS칼텍스의 약점이던 미들블로커 한 자리
GS칼텍스는 정대영과 배유나(도로공사), 한송이, 이소영(인삼공사)이 활약하던 2013-2014시즌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3-2014 시즌이 끝난 후 외국인 선수 베타니아 데 라 크루스(등록명 베띠)와 미들블로커 정대영이 차례로 팀을 떠난 GS칼텍스는 팀의 구심점을 잃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2014-2015 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4시즌 연속 봄 배구 무대를 밟지 못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하지만 2016년 12월 차상현 감독이 부임하면서 GS칼텍스는 느리지만 분명한 리빌딩 과정을 거치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차상현 감독 부임 첫 시즌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렀던 GS칼텍스는 매 시즌 순위를 1계단씩 끌어 올렸고 2018-2019 시즌 5년 만에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소영과 강소휘, 메레타 러츠로 이어지는 강력한 삼각편대를 구축한 2020-2021 시즌에는 프로 출범 후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통합 우승 달성 후 이소영과 러츠가 차례로 팀을 떠난 GS칼텍스는 2021-2022 시즌 3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2022-2023 시즌에는 16승 20패의 성적으로 5위에 머물렀다.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는 득점(879점)과 공격성공률(43.68%)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하며 충분히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토종에이스 강소휘가 건재한 가운데 프로 4년 차 권민지도 36.26%의 성공률로 215득점을 기록하며 아웃사이드히터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중앙이었다. 물론 팀의 주장이자 맏언니 한수지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블로킹 여왕(세트당0.83개)에 등극했고 이동공격에서도 2위(48.48%)에 오르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한수지와 짝을 이뤄야 할 나머지 미들블로커의 활약이 미진하면서 시즌 내내 GS칼텍스의 발목을 잡았다. 189cm의 문명화는 높이는 좋지만 느린 스피드가 문제였고 3년 차 신예 오세연은 프로에서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베테랑 김유리가 2022-2023 시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차상현 감독은 시즌 중반 고육지책으로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을 중앙에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었고 문지윤을 미들블로커로 내세우는 작전은 금방 한계를 드러냈다. 세대교체를 유난히 중요하게 여기는 GS칼텍스가 이번 FA시장에서 만 41세의 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을 영입한 이유다.
▲ GS칼텍스에서 두 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정대영은 도로공사에서도 두 번의 우승을 견인하고 GS칼텍스로 복귀했다. |
ⓒ 한국배구연맹 |
실업배구 시절이던 1999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정대영은 장소연(SBS스포츠 해설위원) 은퇴 후 현대건설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며 프로 원년 MVP를 수상했다. 2006-2007 시즌이 끝난 후 V리그에도 FA제도가 도입됐고 첫 번째 FA 자격을 얻은 정대영은 팀 동료 이숙자 세터(인삼공사 코치)와 함께 GS칼텍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정대영은 GS칼텍스에서 활약한 7번의 시즌 동안 '모범 FA'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2006-2007 시즌 5개 구단 중 4위에 머물렀던 GS칼텍스는 정대영이 합류한 2007-2008 시즌 김연경과 황연주(현대건설)가 버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꺾고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2008-2009 시즌이 끝나고 아이를 갖게 된 정대영은 여자배구 선수로는 최초로 구단으로부터 '출산휴가'를 받아 안식년을 가졌다(2023년 현재까지도 구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출산휴가'를 받은 선수는 정대영이 유일하다).
딸 보민양을 건강하게 출산하고 2010년 코트로 돌아온 정대영은 2013-2014 시즌 GS칼텍스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끈 후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그리고 정대영은 도로공사 이적 후 9번의 시즌 동안 팀을 4번이나 챔프전으로 이끌어 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2022-2023 시즌에는 정규리그에서 261득점에 그칠 정도로 공격력이 다소 하락했지만 세트당 0.77개로 블로킹 3위를 기록하며 높이에서는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만약 GS칼텍스에서 활약할 2023-2024 시즌에도 도로공사 시절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정대영은 GS칼텍스가 찾던 '맞춤형 퍼즐조각'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블로킹 1위 한수지와 3위 정대영이 서게 될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 라인은 다른 구단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 충분하다. 여기에 정대영이 가진 풍부한 경험은 오세연과 김보빈 등 GS칼텍스에서 활약하는 젊은 미들블로커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2022-2023 시즌 챔프전 우승팀 도로공사는 토종에이스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 이어 맏언니 정대영까지 팀을 떠나면서 전력약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도로공사는 백업 미들블로커 이예담이 2022-2023 시즌 11경기에서 13번의 세트를 소화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주전 선수들과의 경험 차이가 확연하다. 도로공사 구단과 김종민 감독이 주력선수들이 빠진 선수단을 어떤 식으로 정리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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