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최원준=하이 패스트볼? 양의지가 깬다..."내 공 배합, 많이 변했다"

차승윤 2023. 4. 19. 08: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산 베어스 최원준이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최원준(29·두산 베어스)은 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상수'다. 지난 2020년 10승 2패 평균자책점 3.81로 개인 첫 10승을 따냈고, 2021년에는 12승 4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풀타임 선발 10승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비록 8승 13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3년 연속 10승에는 실패했으나 3년 간 30승을 거둔 검증된 선발 투수다.

안정감은 '높은 공', 즉 하이 패스트볼에서 나온다. KBO리그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인 잠실야구장의 외야를 믿고 높은 스트라이크존 공략을 주 무기로 삼아왔다. 타자들은 최원준의 높은 공을 공략해왔으나 덕분에 지난해 뜬공(243개)이 땅볼(124개)의 두 배에 가깝다. 9이닝당 홈런도 21개(최저 21위)로 비교적 뜬공의 리스크를 제어하면서 스트라이크 비율 65.1%의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안다면 언젠가는 파훼되는 법이다. 지난해 10승에 실패한 최원준도 알고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부터 여러 변화를 모색해왔다. 마침 파트너도 변했다. 지난해까지 박세혁과 배터리를 맞췄던 그는 올 시즌부터 FA(자유계약선수)로 복귀한 양의지와 배터리를 짰다.

양의지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포수고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만큼 후배 투수들의 신뢰가 크다. 양의지는 "항상 자신 있는 공을 던지라고 투수에게 얘기한다. 나도 투수들을 위해 분석하고 노력하지만, 경기는 둘이 같이 맞춰가며 풀어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후배들의 믿음은 그 이상이다.

최원준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종도, 배합도 양의지의 의견을 청취하고 결정한다. 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최원준은 7이닝 1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7회를 제외하면 위기다운 위기조차 없었다.

눈에 띄는 건 체인지업 구사다. 주 무기인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에 더해 7구를 던졌다. 최원준은 "사실 스프링캠프 중반에 포크볼 구사로 구종을 바꿨다. 그런데 의지 형이 NC 다이노스에 있을 때부터 '포크볼은 너랑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잘 안 되다 보니 모든 시도를 다 해봤는데, 의지 형과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님이 데이터를 보니 체인지업이 훨씬 낫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의지 형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최원준의 말에는 양의지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그는 7이닝 호투의 비결을 묻자 "의지 형이 저를 많이 생각해주신다.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도 많이 꺼내주신다. 경기 때도 항상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좋다고 얘기해주신다. 그 덕분에 내가 자신 있게 투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공 배합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눈에 띄었던 건 2회 말 한화 최재훈 타석 때였다. 스트라이크존 상하를 이용했던 기존의 투구가 아닌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집요하게 던지는 공 배합으로 9구 승부 끝에 루킹 삼진을 끌어냈다. 주 무기 하이 패스트볼 활용은 여전하지만, 중간 중간 변칙을 섞는다.

변칙을 주도한 건 투수가 아닌 포수였다. 최원준은 "오늘 고개를 흔든 적이 한 번도 없다. 의지 형이 사인을 내는 대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몇 년 동안 던진 데이터가 상대 팀에도 있다. 의지 형이 오면서 (공 배합이) 많이 변했다"며 "몸쪽도 많이 쓰고, 커브도 많이 쓴다. 그러면서 상대도 헷갈리게 되는 것 같다. 의지 형과 던지는 경기에 모두 만족한다"고 했다.

합리성만 따진다면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해 온 기존의 최원준이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정답을 알고 변칙을 구사한 양의지의 방식도 통했고, 새로운 최원준을 만들어줬다. 그게 바로 '곰탈여우' 포수 양의지의 힘이다.

대전=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