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겸손하라, 골프를 잘 치고 싶으면

이은경 2023. 4. 19. 07: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뱁새 김용준 프로는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애독자라면 우스갯소리는 우스갯소리로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 오늘 얘기를 시작한다. 
미국에서 가톨릭 교회와 유대교가 정통성을 두고 시비를 벌였다. 오랜 논쟁 끝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양측은 지칠 대로 지쳤다. 마침내 이성을 내팽개쳤다. 더 이상 말로는 안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결국 맨투맨 승부로 결론을 내기로 했다. 무엇으로 결판을 보기로 했느냐고? 그렇다. 골프였다. 아무렴 명색이 골프 칼럼인데 느닷없이 축구일까!

가톨릭과 유대교는 각각 대표 선수를 한 명씩 내세워 일기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일기투(一騎鬪)? 고대 전쟁에서 대치하고 있는 양측이 장수 하나씩을 내보내 승부를 가리는 것 아닌가? 장수끼리 겨루는 이 승부가 때로는 전쟁의 판세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삼국지를 봐서 말이다. 뱁새 김 프로는 특히 술이 채 식기도 전에 적장을 베고 돌아온 관우의 무용담을 좋아한다. 그 때 관우의 상대가 화웅이던가? 

미국 가톨릭 교회측은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잭 니클라우스를 대표 선수로 임명했다. PGA투어에서만 73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 메이저 대회를 무려 열 여덟 번이나 우승한 그의 기록은 앞으로 아무도 깨지 못할 것이라고 뱁새는 장담한다. 
추기경은 니클라우스를 직접 불러 격려했다. "잭! 자네만 믿네”라고. 니클라우스도 자신감에 넘쳤다. "걱정 마십시오. 전하!" 가톨릭에서는 추기경을 높여 전하(Your Eminence)라고 부른다. 마침내 경기가 열렸다. 보고 말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추기경은 조바심이 났다. 그렇다고 골프장에 갤러리로 가볼 수는 없었다. 체통을 지키느라고 말이다.

잭 니클라우스.   사진=게티이미지

그날은 분명 매치 플레이 방식으로 겨뤘을 것이다. 매치 플레이란 홀마다 승부를 가려 더 여러 홀을 이기는 선수가 우승하는 경기 방식이다. 오전에 느지막하게 시작한 승부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입 안이 바싹 말라갈 때쯤 기다리던 전화 벨이 울렸다. 추기경은 빠르게 손을 내밀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치하 대신 결과부터 다급하게 물었다. "잭! 당연히 우리가 이겼겠지?”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니클라우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을 했다. "뭐라고? 자네가 졌단 말인가?" 추기경은 믿을 수가 없었다. 

추기경이 다그쳤다. "아니, 상대가 누구이길래 세계 최고인 자네가 졌다는 말인가?" 니클라우스는 자신도 어이가 없다는 투로 답했다. "타이거 우즈라는 풋내기 랍비가 나왔는데 너무 강했습니다”"랍비는 유대교의 율법교사이다. 그랬다. 당대 최고 잭 니클라우스였지만 신예 타이거 우즈에게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한 탓이었을까? 참고로 니클라우스는 뱁새 김 프로의 부친 김정홍 옹과 같은 해인 지난 1940년에 태어났다. 타이거 우즈는 1975년생이다. 

2001년의 타이거 우즈.  사진=게티이미지

골프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잘 치려면 말이다. 골프 세계에 들어오는 사람 대부분은 각자가 몸담은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당연히 남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골프도 다른 일처럼 쉽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어렵지 않게라도 말이다. 그러다가 좌절을 맛본다. 인생 최초로 골프에서 좌절을 경험했다는 사람도 여럿 만났다. 뱁새라고 별 수 있겠는가? 처음 골프 클럽을 잡을 때는 금세 잘 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눈물이 날만큼 힘들었다. 아니, 실제로 운 적도 있다. 웃을 수만은 없는 그 얘기는 다음 회에 하기로 하자. 흑!
골프는 당신이 누구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이 머리가 좋든 아니든. 당신이 부자이든 아니든. 당신이 키가 크든 말든. 당신이 멋지든 아니든. 당신이 아름답든 아니든. 겸손하라! 진정으로 골프를 잘 치고 싶다면. 
김용준 KPGA 프로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