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월소득 8% 오를때 호텔 빙수 가격 50% 인상

조성필 2023. 4. 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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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급호텔 빙수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섰다.

호텔 빙수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선 건 호텔업계가 고가 빙수를 선보이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빙수 가격 인상 추이는 젊은 MZ세대의 경험 소비에 편승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며 "호텔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최근 어려워진 가계 경제 등을 고려해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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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빙수 가격 첫 10만원 넘어
호텔 측, '제로(0)'에 가까운 장사
"호텔 자체적으로 가격 제한해야"

국내 특급호텔 빙수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기반으로 한 ‘콘크리트 수요층’이 형성되면서 가격 상승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낳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으로,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스스로를 각각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내달부터 선보일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사진제공=포시즌스 호텔 서울]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시즌스 호텔은 다음 달 1일부터 제주산 고급 애플망고를 사용한 빙수를 12만6000원에 판매한다. 호텔 빙수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선 건 호텔업계가 고가 빙수를 선보이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포시즌스 호텔은 지난해 금테를 두른 ‘골든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업계에서 가장 비싼 9만6000원에 판매했다.

다른 호텔들도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으로 빙수 판매를 개시할 전망이다. 호텔들이 지난해 빙수를 전년 대비 약 30~50%가량 인상된 가격에 선보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가격은 모두 1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애플망고 빙수를 8만8000원, 신라호텔은 8만3000원, 웨스틴조선은 7만2000원에 판매한 바 있다. 이들 호텔은 이르면 이달 말 빙수를 판매하는 방안을 포함해 가격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몰 럭셔리 트렌드로 통용되는 고가 빙수는 호텔신라가 원조로 꼽힌다. 2011년 제주애플망고 농가와 상생의 일환으로 내놓은 게 시발점이 됐다. 당시 4만2000원 수준으로 비교적 고가에 해당하는 이 빙수가 꾸준한 수요로 인기를 끌면서 경쟁 호텔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호텔업계는 애플망고 빙수가 관련 농가와의 상생이란 애초 취지에서 비롯된 만큼 마진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장사라고 설명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품질 유지 차원에서 작년 기준 하루 판매량을 200개 정도로 제한했다"며 "수익이 나기 위해선 판매량이 어느 정도 따라줘야 하지만, 고물가에 판매량 제한까지 두면서 사실상 남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가격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도 과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계 소득과 비교하면 인상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3인 가구 기준 672만원으로 전년(620만원) 대비 8.4% 상승에 그쳤다. 반면 빙수 가격 상승률은 최대 50%에 달할 정도로 가팔라졌다. 그 결과, 하루 한 끼 디저트인 빙수 가격이 가구당(1인 가구 포함) 월평균 통신비(12만8167원)와 맞먹는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

향후에도 호텔 측의 빙수 가격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층이 탄탄히 자리 잡으면서 판매량 또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소비로 동참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30만원짜리 빙수가 안 나올 것이란 법이 없다"며 "과도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안 사주고, 안 먹는 개인의 억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판매자, 즉 호텔 입장에서도 자체적으로 가격 상승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고물가 고통을 전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빙수 가격 인상 추이는 젊은 MZ세대의 경험 소비에 편승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며 "호텔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최근 어려워진 가계 경제 등을 고려해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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