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영업 ‘편의점’…최저임금 1만원 넘나 ‘촉각’
생계형 자영업자 70% “지금도 버거워 더 오르면 폐업”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편의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최저임금 인상 압박이 평년보다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내년 최저임금이 또 다시 큰 폭으로 인상된다면 다수 점포가 폐업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최임위는 심의 90일 이내인 6월 말 고용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제출해야 한다.
이날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4일 내년도 최저임금 공동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보다 24.7% 높은 수준으로, 고물가 속에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하면서 입장이 팽팽하게 갈렸다.
관건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느냐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을 살펴보면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지난해 9160원(5.05%)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전년(9160원) 보다 5%(460원) 올랐다.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생사가 달린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무조건 동결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불능력의 격차를 감안해 업종별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 적용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 편의점 업계, 업태 특성상 큰 부담…“최저임금 인상 직격탄 작용”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업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주 단위로 임금을 정할 때 근로시간 수와 주휴 시간 수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계산한다. 야간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생계를 위해 편의점 한 곳만 운영하는 점주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국내 4대 편의점에서 편의점 한 곳을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의 70%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맹점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국내 편의점은 ‘한 집 건너 편의점’이라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단 기간에 점포가 늘면서 상권이 겹쳤고, 고객이 분산되면서 점포당 매출이 크게 쪼그라 들었다.
궁여지책으로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 후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늘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취업자는 157만7000명으로 2021년보다 6만5000명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8년(109만5000명)에 비해 50만 명가량 늘었다.
전기요금 인상도 점주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의 경우 새벽에도 점포의 불을 켜야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점포당 월평균 광열비(전기료)는 통상 80만원 수준이었으나 인상 후 월별 전기료는 최소 100만원으로 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저임금이 지속해서 오른다면 심야시간 편의점의 불은 하나둘 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심야영업의 애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특정 업주들의 민원으로만 보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송파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해 한 달에 인건비로 600만∼700만 원가량 쓰고 있는데 내년부터 그 부담이 더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더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에게 주는 ‘주휴수당’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동결과 함께 주휴수당 폐지 논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민 깊어지는 편의점 본사…“24시 미운영 점포 갈수록 늘어나”
편의점 본사의 고민도 깊다. 코로나19 이후 편의점 방문자의 감소로 24시간 미운영 점포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제 A편의점에 따르면 24시간 미운영 점포 수 비중은 2021년 18.1%에서 2022년 19%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국편의점협회는 매년 주휴수당 폐지·지역별·산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더는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주5일 10시간씩 일해도 인건비와 임대료, 가맹점 수수료 등을 지불하면 매달 가맹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편의점 본사는 편의점주 부담을 덜기 위해 매년 상생 지원금을 늘리고 있지만 결국엔 ‘제 살 깎아먹기’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점주를 위해 경쟁적으로 상생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매년 가맹점주협의회 측과 상생안을 조율하는데, 이를 통해 편의점 본사들은 매년 수백억의 상생지원금을 점주에게 지급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어려운 사회 환경으로 동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추가 인상시 점주나 본사 모두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상생지원에 대한 비용처리로 세금 감면, 점포에는 기존 근무자 지속 채용에 대한 특별 지원 등의 혜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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