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금리정점론’ 아직 신중…안전자산으로 쏠리는 투심

유제훈 2023. 4. 1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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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등 안전자산에 쏠리는 투심
주식 등 위험자산은 관망 필요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시장의 ‘금리정점론’에도 자산가들의 투자심리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긴축기조 완화 신호에도 실제 금리 인하 시점, 경기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자산가들은 주식·부동산 등 투자자산보단 채권, 금·은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안정적 투자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逆 머니무브 끝신호에도 안전자산 쏠림현상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약 1년 동안 계속되던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마무리 됐다.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연중 시중자금을 끌어 모으던 예금 금리가 급락하고 있는 까닭이다.

당장 4%대 정기예금 상품이 실종됐다. 국내 19개 은행이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39종 중에선 38종(97.4%)의 금리가 연 4%에 미달했다. 한은의 기준금리(3.5%)를 밑도는 상품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지난달에만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은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산가들의 투심은 주식·부동산과 같은 투자자산보단 채권 등 안전자산에 머무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17일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2조38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543억원) 대비론 5배, 전월 동기(1조8408억원) 대비론 1.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채권열풍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Fed 발 긴축 완화 신호, 한은의 2연속 금리동결이란 호재에도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으로 더 쏠리는 배경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자산가 고객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아직까진 시장 전망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상태로,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라면서 “과거엔 수익률을 염두에 두고 BBB급 채권투자에 나섰던 이들도 트리플A급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관심커진 국채·금…주식은 단기 고점론도

투자자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자산은 국채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개인의 국채 순매수액은 4623억원으로 기타금융채(1조1685억원)나 회사채(8357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월엔 1조784억원, 3월엔 1조5080억원으로 늘면서 개인의 채권 매수세를 주도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선 불과 보름새 9772억원까지 순매수했다.

국채는 정부가 재정사업 등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안전자산의 대표로 꼽힌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예금처럼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고, 매매차익도 낼 수 있다. 저금리 시절 발행된 ‘저쿠폰국채’는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대표적 채권이다. 표면금리 자체는 낮지만,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15.4%)를 부과하는 채권 특성상 만기시 높은 매매차익을 누릴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엔 듀레이션(duration·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채권 수요도 늘고 있다. 권성정 하나은행 클럽원 PB센터 Gold PB부장은 “투자성향이 매우 안정적인 고객은 (잔존만기) 1년 이내의 단기채에 투자하고 있으나 최근엔 1~2년 이내의 채권이나 장기채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다“면서 ”(신용등급) 더블A급의 채권은 풀리자마자 ‘오픈런’ 되는 판”이라고 말했다.

금 역시 분산투자를 위해 고려할 영역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4일 국제 금값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다. 사상 최고가는 2020년 8월 기록한 2075.47달러다. 17일(현지시간) 온스당 2000달러를 하회한 1995.42달러로 다소 주춤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ed가 다음 달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긴축 기조 속에 안전 자산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자세로 관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라는 상승 동력이 쌓였지만, 이미 선반영돼 가치평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투자자들의 참여도 크게 늘면서 단기적으로 과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 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52조3987억원을 기록했다. 연초인 지난 1월 10일(43조6928억원) 대비 9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각각 2500과 900선을 돌파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단기 고점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17일까지 종가 기준 코스피는 15.18%, 코스닥은 33.9% 올랐다. 같은 기간 세계 증시 주요 지수 중 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압도적 1위다. 코스피 지수 상승폭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지수 모두 코로나19 이전 고점인 2018년 초 수준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에 대한 긍정적 해석도, 연준의 기조 전환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도 다 선반영한 느낌"이라며 "상반기에 증시가 추가 상승한다면 높아진 주가에서 시작할 하반기는 추세적 상승을 이어가기보다는 박스권 내에서 몇 차례의 리스크를 소화하며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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