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차이나 베트남]②중국서 베트남으로 향하는 韓반도체
"탈(脫)중국·삼성·반도체"
지난해 대(對) 베트남 무역수지 흑자가 342억5000만달러(약 43조원)로 베트남이 한국의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키워드 셋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대미 수출의 우회기지가 필요해진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출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에 눈을 적극 돌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가장 많이 거둔 국가로 베트남이 부상한 배경에는 삼성이 자리잡고 있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 베트남 주요 수출 품목 1위는 반도체다. 대(對)베트남 반도체 수출금액은 2020년 115억달러에서 2021년 140억달러로 늘었으며, 2022년에는 162억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베트남 수출액은 610억달러로 집계됐는데, 이 중 27%에 달하는 품목이 반도체다.
한국과 베트남의 무역구조는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고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이 중간재로 완제품을 생산하면 이것을 세계로 수출하는 구조다. 한국의 대(對)베트남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간재는 2010~2020년간 연평균 19.7%의 증가율을 보였다. 2020년 중간재 수출 비중은 85.5%에 달했으며, 2021년 87.4%, 2022년 88.8%까지 비중이 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제조업이 정상화되고 코로나19 이후 세계 주요국의 소비 수요가 회복되면서 베트남의 전체 수출은 역대 최대인 3713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 베트남으로의 중간재 수출도 541억달러로 전년보다 9.2% 증가했다.
베트남에 일찌감치 공들인 삼성전자…반도체 후공정 기지 부상
베트남은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IT 생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베트남에 일찌감치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해 128개국으로 수출한다. 삼성전자는 1995년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설립한 이후 지속적으로 베트남 투자를 늘려왔다. 현재 6개의 생산법인과 1개의 판매법인, 1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삼성전자의 수출금액은 650억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17.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4개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713억달러로 전년 대비 5억달러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46억4000만달러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베트남에 180억달러 이상 투자했고, 앞으로도 이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그동안 중국이 차지한 반도체 제조 지위를 베트남이 넘겨받고 있다. 최근 베트남이 후공정 OSAT(반도체 조립·테스트) 기지로 부상하면서 한국에서 전공정을 끝낸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이 반도체 내 노동투입이 많은 후공정(테스트·회로 패키징)에 점차 특화하는 모양새다. 베트남에서 제조되는 IT세트(완성품) 생산이 증가하면서 제품에 삽입되는 반도체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에 눈을 돌리는 것은 베트남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한몫했다. 베트남 정부는 반도체와 같은 하이테크 외자기업에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9년까지는 50% 법인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경제안보전략실장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며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 베트남을 글로벌 공급망(GVC) 창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교역, 대부분 우리기업끼리…베트남 정부의 산업육성 노력 동반돼야
다만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하나의 시장으로 온건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對)베트남 수출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나치게 크다. 또 수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베트남으로의 수출이라기보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對)베트남 수출이 많은 것은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의 휴대폰 생산업체와 가전업체가 한국에서 핵심부품을 대규모로 구입하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박닌과 타이응우옌에서 글로벌 휴대폰 판매량의 약 50%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삼성은 연간 약 40조원 규모의 핵심부품을 한국의 관계사로부터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대(對)베트남 수출입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 교역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우리 기업 간 교역이라는 점에서 향후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분야의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숙련된 노동력 부족, 반도체 고급기술·장비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 공급망 생태계 부족 등을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대부분의 핵심부품을 구매하고 일반적인 부품은 중국으로부터 구매하는 형태여서 사실상 베트남 기업이 우리 기업의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베트남 기업의 기술력이 아직은 낮다 보니 우리 기업의 공급망에 베트남 기업을 참여시키기에 한계가 있는데 우리 기업이 현지 베트남 기업으로부터 범용 일반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산업 육성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 역시 베트남 기업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단계적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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