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3병 만원' 할인제 도입 놓고 업계 갈등…"원가 공개부터"vs"영업비밀"

정부, 빨라야 다음달 가이드라인 발표 가능할 듯
주류 할인 허용 사례 명확히해 가격경쟁 유도 취지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류 할인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제조사-도매업-소매업-식당'으로 이어지는 각 주체의 의견을 수렴해 할인 가능한 거래수량·지급조건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외식업계에서 주류 원가 공개를 요구하며 의견제출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부 관계부처와 주류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한국주류산업협회와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등을 대상으로 '주류 할인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절반 정도만 입장을 제출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식당에서 소주를 팔 때 얼마나 할인해 판매할 수 있을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우선 소주, 맥주 등의 원가가 얼마인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정보 없이 '어떻게 할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것은 식당에만 가격 낮춰 팔라고 등 떠미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외식업계의 원가 공개 요구에 대해 국세청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 할인 가이드라인은 각 유통과정에서도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 단계의 마진을 파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인데 제조사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내수를 제약하는 생계부담 경감 차원에서 이달 중 주류 거래 시 허용되는 할인의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 지침으로 마련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할인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었다. 이에 국세청이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근거로 할인 가능한 거래를 지침으로 명문화하려는 것이다. 주류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금품 제공 등의 금지를 규정한 주류면허법 제41조는 '그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금품 또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조항을 근거로 제조사는 도매업체, 도매는 소매에 할인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해당 조항의 단서는 '주류 거래질서 확립'으로 이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의 할인은 현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거래조건과 업체유형 등에 따른 다양한 방식의 도매업체 할인이 가능해지면 원가부담이 경감된 소매업체와 식당에서 3병에 만원 또는 소맥 묶음할인, 음식 패키지 할인 등 다양한 할인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당초 3월 말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주까지 각 업계를 대상으로 주류 할인이 가능한 거래규모·유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초안을 만들고 간담회 열어 최대한 많은 거래주체가 동의할 수 있는 주류할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국민 부담을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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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