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차이나 베트남]③"中 대안시장 부상…전략적 접근 필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 대안 시장으로 부상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지난 14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종합무역센터 48층 회의실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베트남 거시경제의 안정성, 주요 경쟁국 대비 저렴한 인건비, 전 세계 50개국을 아우르는 15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노력 등 베트남의 생산기지 이점이 부각되면서 당분간 글로벌 기업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에 베트남이 처음으로 부상했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수요감소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장 실장은 "중국 외 다른 지역을 공급망에 추가하는 '차이나+1' 전략으로 베트남이 부상했으나 부품 조달 등 공급망은 여전히 베트남이 아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향후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으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장 실장과의 일문일답.
-중국은 2018년 우리나라 흑자국 1위였지만 지난해엔 22위까지 밀렸다. 대중 무역흑자가 지난해 12억5000만달러로 급감한 원인은.
▲2018년에는 반도체 이외에 석유제품, 디스플레이·장비, 석유화학, 합성수지, 광학기기, 화장품, 반도체 장비 등에서 흑자가 컸으나 지금은 이들 품목의 흑자가 대폭 축소됐다. 최근 석유화학, 석유제품, 정밀화학(배터리 소재)과 기계류에서 중국의 생산자급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중국의 수입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에서는 수산화리튬, 전구체 등 배터리 소재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의료, 노트북, 철강, 생활용품 등에서 중국산 수입품 사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산업과 소비패턴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프리미엄 제품 소비 증가, 애국 소비 운동(궈차오), 미국 등 서방과의 갈등으로 인한 중국 내 공급망 강화(공급망 내재화)로 나타나고 있어 결국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산업 차별화, 고도화 전략이 절실하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 등 주요 기업들은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애플·메타·아마존·보잉·록히드마틴·시티은행·화이자·넷플릭스 등 IT·방산·금융·에너지·제약 등 다양한 분야의 52개 기업 대표로 구성된 미국 경제대표단이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경제·무역·투자 확대를 위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베트남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한국의 베트남 수출은 휴대폰 부품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 휴대폰 부품 실적에 변화가 있나.
▲2021년 기준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지역별 생산 비중은 베트남 50~60%, 인도 20~30%, 브라질 10~15%, 구미 3~5%, 인도네시아 3~5% 수준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50%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필요한 부품들이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작년까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올해 1~2월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모두 큰 폭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이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수요감소에 따른 영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베트남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4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7억달러로 8개 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상과 달리 올해 1분기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베트남 투자를 줄였는데.
▲올해 1분기 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는 5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줄었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4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4%나 급감했다. 투자 감소는 전세계 FDI 감소의 흐름과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애로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지난해 4분기 해외직접투자액(총투자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54.8% 감소한 13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1분기 베트남 경제지표도 악화됐다. 베트남 1분기 경제성장률은 3.32%로 13년래 최저 수준에 그쳤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도 세계경제 둔화 속에서 각국의 통화긴축과 수요감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중앙은행(SBV)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정책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며 경기부양에 나섰다. SBV는 지난달 15일 기존 대비 금리를 1%포인트 깜짝 인하하면서 전 세계 개발도상국 중 처음으로 금리인하에 돌입했는데, 이달에도 사실상 기준금리로 대체될 수 있는 재융자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추가 금리 인하에도 베트남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6.5%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베트남의 현지 규제 강화 등은 우리 진출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현지 기업이 가장 애로를 겪고 있는 문제는 노동허가서 발급이다. 노동허가서 발급을 위해서는 베트남 정부에 해당 직무가 베트남 노동자가 할 수 없는 업무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전문가로 노동허가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학위와 경력 3년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심사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이는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베트남에 나와 있는 외국기업도 해당된다. 현재 주베트남 대사관과 한국상공인연합회 '코참(KOCHAM)', 외국의 상공회의소들이 지속적으로 베트남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대체국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이 6% 상승했으며, 올해 임금인상률도 7.9%로 전망돼 인도와 인도네시아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베트남 반도체 산업은 아직 패키징 위주로 필요부품은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외자기업 또는 중국 등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베트남은 반도체 공급망(GVC)상에서 낮은 부가가치를 지닌 수출용 완제품과 하위 조립품 패키징에 중점을 두고 있어 고부가 분야는 대부분 베트남 밖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밖에 베트남 진출 외자기업의 불만 중 하나는 물류비용이다. 베트남은 육로 이송이 대부분이나 도로 중 고속도로 비중이 5% 미만이다. 정부가 물류 인프라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부지정리와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중 무역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베트남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베트남 정부는 올해 베트남 수출이 전년 대비 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글로벌 수요감소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베트남의 3월까지 대(對)세계 수출은 791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고 올해 2월까지 우리나라의 대(對)베트남 수출도 79억달러로 전년 대비 -25.5%를 기록 중이다. 향후 베트남이 중국을 완전 대체하기는 쉽지 않으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에 비해 베트남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유연한 노동법 등 해외기업 지원이 나은 측면은 있으나 중국은 생산능력, 생산인프라, 물류와 기술력에서 베트남보다 앞서 있어 베트남이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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