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애널리스트, 다시 ‘꽃’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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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하나증권에서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도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증시가 부진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매수' 보고서를 주로 발간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보고서에 대한 불신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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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하나증권에서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도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증시가 부진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매수' 보고서를 주로 발간했다. 주가가 내렸으니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을 믿고 투자했다가 주가가 더 빠져 손해보는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증권사 분석 보고서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에코프로에 대한 사실상 '매도' 의견 보고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보고서에 대한 불신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사업 구조상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상장사 눈치를 봐야 하는 증권사 법인영업 부서는 리서치센터에서 부정적인 종목 보고서가 나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센터 간 의견이 다를 때 증권사를 이끌어 가는 최고경영자(CEO)는 비용 부서보다 매출 부서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
앞서 교보증권은 2016년에 하나투어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하나투어는 즉각 반발했고 보고서를 발간한 애널리스트의 탐방을 받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국내 30여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하나투어의 대응을 규탄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던 하나투어의 대응에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이 모여서 성명서를 내야 할 정도로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는 것은 큰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하나투어 사태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도' 목소리를 내는 애널리스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리서치센터에서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다고 신뢰가 떨어진 건 아니다. 지난해 말 국내 대다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올해 주식시장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 1분기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10.8%, 24.8%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수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기준으로 코스닥 지수는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저하고 전망을 믿고 지난해 말 주식 비중을 줄였던 투자자 사이에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리서치센터들은 1분기를 마무리하면서 슬그머니 전망을 수정했다. 하반기에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하반기 낙관론을 접고 있다.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은 다양한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전망하기 위한 기초값이 달라지면 전망도 바뀔 수 있다. 분기 말 또는 연말에 기계적으로 전망을 하다보면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전제 조건이 바뀔 때마다 전망을 수정하고 이전에 내놓았던 전망과 달라진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한다면 혼선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증권사의 수익 구조는 단순 브로커리지에서 투자은행(IB) 업무 등으로 다양해졌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리서치센터는 '비용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지난해처럼 증권사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 리서치센터가 구조조정 타깃이 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증권사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를 희망하는 직원도 급감했다.
그렇다고 리서치센터의 존재 이유를 법인 영업을 돕는 선에서 찾으려 하면 앞으로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분석 보고서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개인의 눈높이에 맞는 충실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아무리 실적밖에 모르는 '간 큰 CEO'라고 해도 리서치센터의 존립을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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