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좁은 사무실'…스타트업 '탈강남'에 공실률 2년9개월만 최고치

류태민 2023. 4.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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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A급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2분기 연속 상승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임대료 부담이 급격히 오른 데다, 경기 악화 전망이 커지면서 IT·스타트업계의 임차 수요가 줄어든 여파로 풀이된다.

19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쿠시먼)에서 발간한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A급 오피스 빌딩 평균 공실률은 2.6%로 전분기보다 0.2%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상승한 것으로, 2022년 1분기(3.5%)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A급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2년 전인 2021년 1분기(9.4%)부터 계속해서 낮아지는 모습이었다. 같은 해 4분기에는 5.2%로 4.2%p 떨어졌고, 이후 지난해 들어서는 3.5%→3.0%→2.2%로 3분기 연속 낮아지며 전례 없이 낮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공실률 하락세 이끌었던 강남·여의도…이젠 상승세 견인한다

이 같은 공실률 하락을 이끈 것은 강남권역과 여의도권역의 인기가 높아지면서다. 강남권역 A급 오피스 빌딩 평균 공실률은 2021년 1분기 6.5%로 다소 높았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같은 해 4분기에는 0.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에는 0.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후 1%대 초반을 유지했다. 여의도권역도 2021년 1분기 14.4%로 서울 주요지역 중에서 가장 공실률이 높았지만 같은 해 4분기에는 7.3%를 기록하며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2·3분기에는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치인 1.5%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남권역의 공실률이 다시 상승하는 모양새다. 강남권역 올해 1분기 평균 공실률은 전분기보다 0.7%p 급상승한 1.9%로 2%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2021년 2분기(4.6%)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도심 일대 빌딩 전경 [사진=아시아경제DB]

이처럼 공실이 늘어나는 것은 경기 악화 전망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 알스퀘어가 올해 초 시장 전문가로 구성된 임직원 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피스 임대차 시장 악화로 공실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의 93.1%는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를 이유로 꼽았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올해 오피스 임대료 역시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업이 이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권역(25.8%)’ 오피스 임대차 시장이 가장 고전할 지역으로 꼽혔다.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다수 입주한 지역 특성상 이들의 실적 악화로 임대차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IT업계의 전통 텃밭이었던 강남권역에서는 최근 탈(脫)강남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어 ‘마곡’과 ‘도심권(CBD)’, ‘판교·분당’, ‘여의도권(YBD)’이 각각 23.6%, 16.9%, 14.6%, 12.4%를 차지했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탈(脫)강남 사태의 역설

기업들이 탈(脫)강남을 선택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여전히 강남 오피스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강남의 임대료가 크게 오른 반면, 공실이 줄어들면서 원하는 면적의 오피스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쿠시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7.3%다. 전년 동기 상승률(1.6%)과 비교하면 4.5배 넘게 오른 셈이다.

최근에는 핀테크 등 IT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가 여의도로 몰리는 분위기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최근 핀테크업체 라온시큐어는 여의도 파크원 타워1에 2개 층을 계약했다. 핀테크 기업이 테헤란로에서 여의도로 사옥을 옮기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강남권보다 임대료 부담이 적고 사무실 선택권이 넓은데다 보안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여의도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2년 새 비슷한 이유로 핀테크 업체들의 이동이 늘고 있다. 2021년에는 핀테크 업체 렌딧이 여의도 포스트 타워로 이전했고, 8퍼센트와 어니스트펀드도 여의도로 둥지를 옮겼다. 뱅크샐러드를 개발한 레이니스트도 여의도 파크원 타워1을 임차한 바 있으며 IT 보안 업체인 펜타시큐리티는 여의도 세우빌딩에 입주해 있다.

특히 파크원 타워2에는 임대면적 1000평(약 3305㎡)이 넘는 대형 IT 임차사들이 많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넥서스 커뮤니티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강남권역의 공실률이 짧은 시간 안에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시먼 관계자는 “강남역 인근에 연면적 4만9398㎡ 규모의 타이거 318 빌딩(가칭)이 준공되면서 대형 면적이 필요한 임차사들로 단기간에 공실률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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