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으로 나도는 ‘뱅크런 찌라시’…대처법은 없나
디지털 인프라 발달의 ‘역설’…이창용 총재 “한국 뱅크런 속도 미국보다 빠를 것”
금융당국 ‘강경대응’ 천명…이복현 “악성루머 유포행위 집중 감시·대응 강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금융업계를 넘어 한국 사회 곳곳에 두려움을 남겼다. 특히 디지털 금융이 발달하면서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는 실제 부실이 감지되지 않았음에도 ‘악성 찌라시’가 유포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금융업계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 해명자료 배포를 진행하는 한편 악성루머 배포자에게는 강경대응 할 것을 천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관련 심각한 부실이 발생했다는 가짜 뉴스가 등장했다. 해당 ‘찌라시’에는 OK‧웰컴저축은행의 PF대출에 1조원의 결손이 발생했고 계좌들이 지급 정지될 것이란 내용의 문자가 발송됐다. 여기에 “잔액 모두를 인출 요망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가짜 뉴스가 퍼져나가자 OK저축과 웰컴저축 모두 즉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하는 한편 저축은행중앙회는 당일 가짜 뉴스 배포자를 찾아내고 경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하루 만에 사건이 끝나는 ‘헤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로 퍼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찌라시는 오전 최초 유포 후 순식간에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며 “오후에 해명 자료들이 언론을 통해 배포됐음에도 이를 우려하는 내용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찌라시 퍼진 뒤 두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은 소폭 줄어들기도 했다.
두 저축은행들만 찌라시로 고생한 것이 아니다. 토스뱅크도 거짓 정보에 휘말려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번 달 초 토스뱅크는 가입 즉시 연 3.5% 금리를 주는 선이자 예금 상품을 출시했는데, 자본이 없어서 이런 상품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토스뱅크의 유동성비율은 800%가 넘는 상황이라 이 또한 명백한 가짜 뉴스였음에도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악성 찌라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라도 유포되면 금융권의 피해는 매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금융사와 고객간의 ‘신뢰’ 때문인데, 신뢰가 깨지는 순간 뱅크런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밀려드는 인출 요구에 비해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모자랄 경우 SVB처럼 순식간에 파산할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가 발달한 한국의 특성상 금융업계는 가짜뉴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신 정보를 접하기 쉬운 스마트폰이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들에게 보급되어 있어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질 수 있는 데다, 언제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비대면 채널까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디지털 인프라의 발달로 인한 한국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DC 출장 중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SVB 파산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뱅크런(예금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악성 찌라시에 대한 단속 강화 및 유포자에 대한 엄벌을 천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관련된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즉각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포함해 검‧경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강경 대응을 약속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 내 전담 대응체계를 강화해 악성루머 유포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악성루머 관련 금융회사 건전성 현황의 정확한 전달을 통한 시장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확인시 즉각 조사에 착수하는 등 철저히 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현재 운영 중인 ‘합동 루머 단속반’을 확대 운영해 악성 루머 생성·유포자 적발 및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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