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크 불안정 예금 비중 100% 육박… 위기 시 유동성 괜찮나

임송수 2023. 4.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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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은 60%대
금리 매력 떨어지거나 위기설 불거지면 예금 이탈 가능성 높아


외부 환경에 따라 이탈 가능성이 큰 불안정 예금 비중이 시중은행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수신금리 경쟁이 펼쳐지거나 위기설이 불거질 경우 예금 이탈 규모가 커 유동성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케이뱅크의 불안정적 예금은 9조6000억원으로 1분기(4조8000억원)의 배로 증가했다. 반면 안정적 예금은 1700억원으로 300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매예금 중 불안정적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98%에 달했다. 최근 위기설이 돌았던 토스뱅크도 이 비율이 89% 수준으로 나타났다.

안정적 예금은 예금자보호 한도 내 금액이 급여자동예치계좌 등 결제계좌에 예치됐거나 예금주가 해당 은행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이탈 가능성이 낮은 돈이다. 불안정적 예금은 소매 예금 중 안정적 예금을 제외한 돈으로 외부 환경에 따라 빠져나갈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예금자보호 한도 이상의 예금, 거액 예금, 특정 이익추구 목적 또는 고액 개인자산가의 예금, 인출이 용이한 예금 등이 포함된다.

소매 예금의 대부분이 불안정 예금인 케이뱅크, 토스뱅크와 달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이 비중이 60%대에 머물렀다. 카카오뱅크는 3대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불안정 예금 중심의 수신 구조를 가진 인터넷은행은 유사 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에 비해 예금 이탈률이 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로 총수신 규모에서 불안정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인터넷은행이 압도적으로 높다. 시중은행의 경우 수신 금액 중 불안정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 20%대였지만 케이뱅크는 66%, 토스뱅크는 80%에 달했다. 그만큼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발생 시 취약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토스뱅크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 은행권이 예금금리 경쟁을 펼치자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5조원 이상의 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바 있다. 이때 요구불예금이 수신의 86%에 이르는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게다가 요구불예금에 급여통장, 신용카드‧공과금 자동이체 등을 설정한 탓에 해지를 위해서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안전장치’가 부족하다. 향후 수신금리 경쟁이 불붙거나 가짜뉴스가 유포될 시 예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인터넷은행들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높아 유동성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LCR은 위기 상황이 터졌을 때 고객들의 예금 인출에 대비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은행이 현금화 가능한 자산(고유동성 자산)을 고객들이 30일간 인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 여건이 좋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LCR이 100% 안팎에 그친 반면 토스뱅크(833%)는 이를 크게 웃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각각 600%, 200%를 넘는다. 위기 시 대형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의 유동성이 훨씬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그러나 현행 LCR 체계는 불안정 예금의 이탈 가능성을 과소 평가해 최근의 유동성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LCR 산출을 위한 순현금유출액 계산 시 안정적 예금에는 5%, 불안정적 예금에는 10%의 가중치를 둔다. 다시 말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30일 동안 고객들이 불안정 예금 중에 10%만 인출해갈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로 순식간에 돈을 이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 같은 전제는 비현실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이른바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인해 손쓸 새도 없이 무너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우리나라는 디지털 뱅킹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소셜미디어(SNS)로 페이크(가짜) 뉴스가 퍼지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은행에서 돈을 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불안정 예금에 대한 이탈률을 지금보다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은행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금감원장은 불안정 예금 항목을 세분해 보다 높은 이탈률을 적용할 수 있다. 당국의 의지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유동성 관리 지표도 현실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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