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전세 사기 피해 청년 극단 선택에도 기재부는 ‘돕기 힘들다’ 뒷짐

이의재 2023. 4.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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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 청년들이 벌써 세 명이나 목숨을 끊었다.

대출 공급을 늘릴 여력이 있다면 전세 사기로 벼랑 끝에 놓인 청년들부터 구제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전세사기 피해 청년들은 전세금을 날린 것도 모자라 다달이 돌아오는 대출 원리금 상환 독촉장에 희망마저 잃은 상태다.

물론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최우선 요구사항은 피해 주택 경매 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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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새 피해 청년 2명 세상 떠나
지원 뒷전이던 정부는 엉뚱한 취약청년 대출 확대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 청년들이 벌써 세 명이나 목숨을 끊었다. 그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못한 탓이다. 삶의 끈을 놓아버릴 정도로 절박한 이들이 또 생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는 엉뚱한 ‘취약 청년’을 돕겠다고 나섰다. 우선순위를 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 지점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취약 청년층의 소액 금융대출 사업인 ‘햇살론유스’ 대출 공급규모를 1000억원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햇살론유스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만 34세 이하 대학생·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에게 최대 1200만원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이날 대출 확대안을 발표한 최상대 기재부 차관은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 청년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지우기 어렵다. 대출 공급을 늘릴 여력이 있다면 전세 사기로 벼랑 끝에 놓인 청년들부터 구제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전세사기 피해 청년들은 전세금을 날린 것도 모자라 다달이 돌아오는 대출 원리금 상환 독촉장에 희망마저 잃은 상태다. 햇살론유스 예산 중 일부만 할애해 ‘이차보전’을 해줘도 희망의 불씨는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차보전은 정부가 이자 차액, 즉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의 지원책이다.

물론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최우선 요구사항은 피해 주택 경매 중단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경매 중단만큼 시급한 것은 당장 대출금을 갚는 일이다. 거처마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매달마다 돈을 갚아 나가야 하는 상황은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주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뒤늦게 전세 사기를 ‘약자 범죄’로 규정하고 경매 중단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신호를 보낸 만큼 기재부 등 관계부처도 우선순위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피해자들은 이득을 노리고 투자했다가 실패한 이들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피해를 입은 약자들이다. 기재부는 “햇살론유스는 복권 기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이고, 복권 기금으로 직접 전세 피해자를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장 물에 빠진 사람이 눈앞에 있다면 구할 방법부터 찾는 것이 도리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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