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돌부처 탈 쓰고 야구 꿈나무로 돌아간 백쇼..."다 그럴 것 같았다"

안희수 2023. 4. 1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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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게임에 도전했던 '백쇼' 백정현. 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좌완 선발 백정현(36)은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퍼펙트게임에 도전했다. 7회까지 피안타·사사구를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7회 말 상위 타선 김혜성·김휘집·이정후와 3번째 대결에서도 범타와 삼진으로 삼자범퇴를 만들자, 원정 응원석뿐 아니라 현장 모든 관계자가 술렁였다. 노히트노런은 역대 14번 나왔지만, 퍼펙트게임은 1번도 없었다.

백정현은 8회 말 선두 타자 이형종까지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날 백정현은 우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 좌타자는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제압했다. 무엇보다 시원스럽게 찔러 넣는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일품이었다. 시속 130㎞/h대 중반에 불과한 구속이지만, 자신감과 공격성이 가미된 그의 공은 150㎞/h 강속구보다 더 묵직했다. 

대기록은 정말 아쉽게 깨졌다. 8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한 에디슨 러셀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다. 정면으로 향한 다소 느린 타구에 백정현이 글러브를 갖다 댔고, 굴절된 공이 유격수 이재현의 역동작에 걸리며 포구가 늦었다. 송구까지는 이어졌지만, 러셀이 먼저 1루를 밟았다. 

백정현은 후속 대타 이지영을 병살 처리하며 8이닝 무실점을 만들었다. 9회는 선두 타자 김동헌과 후속 임병욱에게 연속 장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이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원 투수의 방화로 실점은 1점 더 늘었다. 하지만 삼성은 리드를 지켜내며 6-4로 승리했고, 백정현은 2패 뒤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백정현은 2007년 데뷔한 선수다. 2015년까지는 ‘미완의 대기’였지만, 이후 조금씩 잠재력을 드러냈다. 30대 초반 늦은 나이로 선발 투수가 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둔 2021시즌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하며 비로소 날아올랐다. 원 소속팀 삼성과 기간 4년, 총액 38억 원에 계약하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백정현의 나이는 18일 기준으로 만 35세 9개월 5일이다. 노히트노런을 했다면, 역대 최고령이었다. 그는 특급 투수로 평가받진 않는다. 그렇다고 강속구로 위압하는 유형도 아니다. 하지만 완급 조절과 정확한 제구력 그리고 자신 있는 투구로 대기록에 다가섰다. 

경기 뒤 백정현은 담담했다. 무표정. 원래 그런 선수다. 하지만 꽤 흥미로운 속내를 전했다. 퍼펙트게임을 3회부터 의식했다고. 그는 “원래 어린 시절부터 꿈이 퍼펙트게임이었다"라며 "항상 이를 해내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선다"라는 반전 속내를 전했다. 

백정현에게 대기록 달성을 해내지 못한 아쉬움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목표를 정한 순간부터 셀 수 없이 많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자신의 경기 체력과 멘털, 수비나 타선의 변수를 모두 염두에 뒀다. 그는 "다 그럴 것 같았다"고 했다. 

백정현은 7회 말 2루수 김지찬이 실책을 범할 뻔했던 상황을 두고도 “야수진의 압박이 큰 시점이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에 다가선 투수 근처에 가지 않는 불문율이 있는데, 실제로 백정현도 이날(18일) 비슷한 경험을 한 뒤 “예상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심지어 첫 피안타가 나온 뒤 마음을 다잡고 다음 타자에 집중한 것도 이미 머리에 그린 모습이었다. 백정현은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부처같은 표정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서, 어린 시절 꿈을 향해 다가선 소감을 담담하게 풀어 놓은 백정현. 지난 12일 문동주의 광속구(시속 160.1㎞/h)에 열광했던 야구팬은 이날(18일) 괴짜 투수의 눈부신 호투와 반전 속내에 또 한 번 즐거웠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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