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포커스]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 중소기획사를 변화시켰다
신인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이 국내 중소 가요기획사들의 글로벌 공략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많은 중소 가요기획사들이 목표를 해외 시장으로 재설정하고 변화에 나서고 있다.
18일 가요계에 따르면 많은 중소 기획사들이 음원 제작과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서 변화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데뷔해 국내에서도 아직 무명인 피프티 피프티가 세계 최대 대중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는 데 자극을 받았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국내 유명 작곡가와 작업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신인 작곡가, 외국 작곡가들과 미팅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팀 멤버들과 잘 어울리는 곡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설명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데뷔 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외국 작곡가의 곡으로 활동을 했고 이번 신곡 ‘큐피드’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100위로 진입한 뒤 지난주까지 2주 연속 순위를 끌어올리며 주목도를 더욱 높였다.
이 관계자는 “피프티 피프티뿐 아니라 외국 작곡가와 작업한 4세대 아이돌들의 음악들이 대부분 좋은 성과를 거두다 보니 다들 시도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아티스트와 음악의 마케팅 방법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아티스트 활동에 앞서 대략적 앨범 콘셉트와 음악만 있어도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케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아티스트와 음악을 어떻게 홍보할지, 그리고 어떻게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회의한다.
특히 피프티 피프티가 국내 아이돌 그룹들의 전통적인 홍보 방식인 국내 음악방송 출연이 아닌 동영상 플랫폼 기반의 숏폼 콘텐츠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마케팅 방식의 다변화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분위기다. ‘큐피드’는 미국 유명 틱톡 사용자가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서 순식간에 인기몰이를 했다. 이어 한 틱톡 영상에는 외국 식당에서 해외 팬들이 ‘큐피드’의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모습이 공개돼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 같은 성공에는 ‘이지 리스닝의 표본’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큐피드’의 편안한 멜로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쉽고 편안한 음악이 글로벌 팬들의 호감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자신감이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이 크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과거에는 국내에서 입지를 튼실히 다진 뒤에 해외에 나가도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은 어느 팀이든 해외 음악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례가 됐다. 그 만큼 외국에서 K팝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다른 기획사 대표는 “국내에 팬덤 기반이 안 갖춰진 상태로 해외시장을 먼저 겨냥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피프티 피프티를 보면서 K팝이 더욱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다음 앨범을 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피프티 피프티도 본격적인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레이블과 접촉 중이다.
피프티 피프티와 더불어 국내에서 ‘중소의 기적’을 쓰고 있는 걸그룹 하이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랜드라인그룹 소속인 하이키는 지난해 싱글 ‘애슬레틱 걸’(ATHLETIC GIRL)을 발표한 신인 그룹이다. 가수 미주가 자신의 SNS에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추천, 이는 곧바로 차트 순위로 반영됐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기획사의 규모에 따라 아티스트에 대한 주목도와 첫 시작점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기획사와 상관없이 좋은 음악과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만난다면 그 영향력은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음이 피프티 피프티와 하이키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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