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 집이 3000만원… 日 빈집 외국인에 헐값에 판다

신창호 2023. 4. 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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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자야 서즈필드(46)씨는 2017년 일본으로 이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일본의 인구 급감과 부동산 가격 폭락의 현실을 담아 "수백만채의 빈집이 쌓인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집을 헐값에 파는 고육지책이 붐"이라고 보도했다.

서즈필드씨처럼 일본으로 이주한 미국인 매튜 케첨씨는 부동산컨설팅회사 '아키야 앤드 이나카'를 만들어 외국인에게 빈집을 전문적으로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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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빈집 2000만채 넘어설 듯
인구 급감에 빈집 처리 고육지책
재정 파탄 지자체 ‘아키야 은행’도
외국인 대상 일본 부동산 매매사이트 ‘아키야 앤드 이나카’에 올라온 도쿄 시내의 빈집 전경. 인구 급감과 고령화로 일본 전역에 빈집 약 1000만채가 있으며 이는 앞으로 급속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키야 앤드 이나카’ 웹사이트 캡처


호주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자야 서즈필드(46)씨는 2017년 일본으로 이주했다. 일본인 아내의 간절한 설득 때문이었다. 그리고 2년 뒤 대중교통으로 도쿄 도심까지 45분 정도 걸리는 이바라키현의 전통식 일본가옥을 2만3000달러(약 3000만원)에 샀다. 건평 250㎡(75평), 대지면적 330㎡(100평)인 이 집은 ‘아키야(公本家)’였다.

아키야는 1990년대 중후반 ‘버블경제’ 거품이 걷히고 인구가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전역에 버려진 빈집을 의미한다.

이 주택은 집주인이 사망한 뒤 가족들이 버려두고 떠나 이바라키현 소유로 넘어갔다가 법원 경매에 500만엔(약 4900만원)에 부쳐진 집이었다. 서즈필드씨는 튼튼한 일본 삼나무로 지어진 이 주택을 틈틈이 리모델링해 멋진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그는 최근 이곳 일대에 수없이 버려진 집들을 싸게 사들여 자신처럼 일본으로 이주했거나 이주 계획을 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동산 매매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금은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 10채 정도 아키야를 사서 리모델링한 뒤 20% 수익을 붙여 팔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일본의 인구 급감과 부동산 가격 폭락의 현실을 담아 “수백만채의 빈집이 쌓인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집을 헐값에 파는 고육지책이 붐”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빈집은 850만채에 이른다. 노무라증권 조사연구소는 이 추세대로라면 2033년까지 빈집 1100만채가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라며 “전체 부동산의 30%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빈집 증가로 주택보유세를 걷지 못해 재정이 파탄에 이르게 된 지방자치단체들은 ‘아키야 은행’을 만들었다. 공동 경매를 통해 빈집을 팔기 위해서지만 이를 찾는 내국인은 거의 없다. 첫 경매가보다 30~40%를 깎아줘도 입주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서즈필드씨처럼 일본으로 이주한 미국인 매튜 케첨씨는 부동산컨설팅회사 ‘아키야 앤드 이나카’를 만들어 외국인에게 빈집을 전문적으로 판다. 100~300년이 된 일본 전통 고옥을 사들여 서양인의 생활습관에 맞게 개조한 뒤 수익을 붙여 파는 식이다.

케첨씨 회사가 사들인 빈집은 대부분 철거 대상이었다. 집을 물려받을 후손이 없는 경우 일본 부동산회사들은 “집을 부수는 게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권한다고 한다. 그래야 세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빈집에 입주한 한 미국인 부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아키야 은행에 8만8000달러에 올라온 집을 3만 달러로 낙찰받았다”면서 “미국 대도시 주변에서 이 정도 정원과 규모를 갖춘 주택을 사려면 최소 30만 달러는 든다”고 말했다.

NYT는 “일본의 주택 가격 하락은 2000년대 초반 ‘버블경제’의 거품이 꺼진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급감”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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