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4월 신록의 역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거리와 공원에 짙붉은 철쭉꽃이 융단처럼 펼쳐지지만, 지금은 숲으로 가야 한다.
아직 귀룽나무나 산벚 같은 벚나무류와 꽃사과, 아그배, 야광나무 같은 사과나무류는 흰 꽃으로 숲 구석구석을 환히 밝히지만, 뒷배경으로는 이미 신록을 준비해 둔 터.
'4월의 꽃-5월의 신록'이 자연의 이치임은 책과 경험으로 배웠다.
한데 한 달 빨라진 '3월의 꽃-4월의 신록'이라니.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리와 공원에 짙붉은 철쭉꽃이 융단처럼 펼쳐지지만, 지금은 숲으로 가야 한다. 신록(新綠)이 절정이기 때문이다. 연둣빛과 연초록빛 신록의 그러데이션이 상록수의 진녹색 잎과 검붉은 나무껍질에 대비된 모습은 숲을 무대로 봄볕이 연출하는 벅찬 광경(光景)이다. 신갈나무 숲은 이미 물이 올라 연둣빛 새잎을 펼쳤고, 층층나무와 팥배나무는 연초록 잎을 밀어 올린 뒤 꽃몽우리를 빚고 있다. 아직 귀룽나무나 산벚 같은 벚나무류와 꽃사과, 아그배, 야광나무 같은 사과나무류는 흰 꽃으로 숲 구석구석을 환히 밝히지만, 뒷배경으로는 이미 신록을 준비해 둔 터.
신록에 취해 서울 양천구 신정산 둘레길을 걷는데 아까시나무에 새잎이 솟았다. 나무 중간 높이로 지나는 무장애 데크여서 눈에 띈 것인데, 깜짝 놀랐다. 본래 아까시나무에 물이 올라 신록이 짙어질 때는 매년 산림 공무원을 괴롭히는 봄철 산불 비상대기의 해제일인 5월 15일 전후였기 때문이다. 대략 한 달이나 이른 셈. 참, 4월의 신록이라니? 신록은 본래 5월의 몫이었다. ‘4월의 꽃-5월의 신록’이 자연의 이치임은 책과 경험으로 배웠다. 한데 한 달 빨라진 ‘3월의 꽃-4월의 신록’이라니. 이런 추세면 언제고 ‘2월의 꽃-3월의 신록’으로, 또 ‘2월의 꽃과 신록’으로 바뀔 수도.
봄꽃이 철모르고 피니 인간의 축제가 엉망진창이다. 신록이 철없이 움트면 자연의 섭리도 엉망이 된다. 겨울이 짧아져 춘화처리가 덜 된 온대식물이 봄마다 꽃이나 제대로 피울 순 있을지? 한라산과 지리산에 자생하던 구상나무숲이 한꺼번에 말라 죽는 현상처럼, 아열대숲으로 전환할 기회도 없이 문득 제6차 대멸종에 합류할지도 모른다. 기후위기로 야기된 불안정한 날씨로 봄과 여름이 빨라지고 가뭄과 산불, 홍수와 산사태가 짝꿍처럼 반복된다. 찬란한 4월의 신록을 무작정 반길 수 없는 건, 회복력(Resilience)의 시대를 구축해야만 하는 희망의 난제가 크고 급박한 탓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피부 안좋았던 개그우먼”…쇼호스트 유난희도 ‘출연정지’
- ‘죽전역 칼부림’ 30대女 “아줌마라고 불러 기분 나빴다”
- 4세 팔꿈치 수술 돌연사…의사 CCTV에 부모 ‘분통’
- 2살 여아 추락사, 호텔 계단 난간 간격이…“기준치 3배”
- ‘소름 주의’ 원룸 창문 열고 뚫어져라 보는 男 [영상]
- “남친이 좋다고 해보래”… 한국 10대들 펜타닐 무방비
- 비정한 새아빠… 9살 의붓딸 폭행하고 자해 보여주고
- ‘JMS 2인자’ 정조은 구속…성폭행 방조 아닌 ‘공동정범’
- 군산 골프장 주차장에 불 탄 차량… 운전석에 시신
- ‘여경 머리채 잡은 예비검사’ 선고유예에 검찰이 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