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공항 포퓰리즘’ 논란과 수도권 블랙홀
“현재 군위군 인구가 몇 명입니까?”
지난 17일 오후 전북 남원시 지리산휴게소.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곁에 있던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군위군 일대를 30만명이 사는 도시로 만든다”는 말에 군위군 인구부터 물었다. 경북 군위군은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는 곳이다.
강 시장은 “(군위군 인구가) 2만3000명쯤 된다”는 홍 시장의 답변에 더욱 관심을 나타냈다. 대구 군 공항을 옮긴 자리에 현재 인구보다 열 배가 넘는 신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을 들어서다. 이날 두 지자체장은 ‘대구·광주 공항 특별법’의 동시 통과를 기념하기 위해 광주-대구고속도로의 휴게소에서 만났다.
대구와 광주의 공항 특별법이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후 두 도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 모두 특별법 통과 후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공항 포퓰리즘’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아서다. 공항 특별법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군 공항 이전에서 부족분을 국비로 지원하는 게 골자다.
두 도시는 공항 포퓰리즘이란 주장에 손사래를 친다. 도심에 있는 두 군 공항을 시민안전 차원에서라도 조속히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에서는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한 지 10년이 넘도록 이전할 곳조차 못 정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양측은 공항 특별법이 두 도시의 협력 프로젝트인 ‘달빛동맹’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도 의미를 둔다. 두 지역 정치권이 협치를 통해 이른바 ‘쌍둥이 법안’을 국회에서 함께 통과시켜서다. 양측은 이날 행사에서 2038 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에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공항 특별법을 놓고 “달빛동맹의 사실상 첫 성과물”이라는 말이 나왔다. 2009년 출범한 동맹이 폭설 지원이나 병상 나눔을 넘어선 실질적인 사업 성사로 진화했다는 시각이다. 홍 시장은 “동서화합을 늘 말로만 외쳐왔는데, 달빛동맹을 통해 가장 큰 현안인 광주·대구 군 공항 이전을 이뤄냈다”고 했다.
두 도시가 이날 “하늘길에 이어 철길을 열자”고 한 것을 놓고도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렸다. 국비 지원이 골자인 공항 특별법 통과의 효과를 달빛고속철도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이어가자는 주장이어서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는 총사업비 4조5185억원이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사업비에 맞는 구체적인 발전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구시와 광주시의 말처럼 ‘수도권 블랙홀’에 대항하기 위해선 두 도시를 넘어선 초광역권 발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 길이 198.8㎞인 달빛고속철도에는 대구·경북·경남·전북·전남·광주 등 6개 시·도와 10개 시·군이 포함된다. 이 곳들을 모두 껴안아야만 ‘철도 포퓰리즘’이라는 우려를 털어낼 수 있다.
최경호 광주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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