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제 개편 표류,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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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 기간도 끝났지만 “숙의하겠다”뿐
본질·취지에 맞춰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야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속절없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17일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아직도 보완을 위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초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노사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 단위를 ‘주’뿐 아니라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개선책을 발표하고 입법예고했다. 개편안은 일이 많을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하고 일이 적을 때는 장기휴가도 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었다.
이에 대해 기존 노동계와 야당은 물론 청년 노조까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편안에 반대했다. 예상치 못한 반발에 급기야 대통령실까지 나섰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대통령실이 주무 부처 개편안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혼선과 표류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노동부 장관이 공식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부인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시간이 흘렀지만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아직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주무 부처의 연이은 혼선이 정책 부처의 리더십과 자신감 상실, 그리고 무능으로 비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지난 17일 “충분한 숙의 기간을 더 갖고 보완책을 마련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집단 심층면접을 실시해 세대·업종·직종·노사의 의견을 모두 포괄하겠다”고도 밝혔다. 숙의하고 여론을 반영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뭘 했기에 이제야 숙의하겠다고 하나. 시간만 끌다가 야당 탓을 하며 노동시간 개편을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해버리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제도는 없다. 지금 정부는 노동시간에 대한 뚜렷한 비전 없이 그때그때 여론의 바람이 부는 대로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에 대한 여론 대응에도 서툰 모습이다. 개편안이 ‘69시간’이란 단어로 상징되면서 마치 기존의 52시간이 아니라 주 69시간 근무제인 것처럼 잘못 비춰졌다.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혼란스러운 여론의 바람이 불 때 좌고우면(左顧右眄)은 오히려 독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한 노동개혁’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번 근로시간제 개편안의 본질과 취지를 부여잡고, 속도감 있게 마무리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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