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알겠느냐”는 송영길…이상민 “당 간판 내릴 상황”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중앙일보에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22일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한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현지 특파원들과 통화에선 송 전 대표 자신이 당시 돈봉투 살포를 인지한 건 물론 직접 연루된 정황까지 담긴 녹취가 공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가 뭘 알겠느냐”며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 체제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중진 의원)는 말까지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이) 당 대표 경선 캠프에서 있었던 일인 만큼 송 전 대표가 이 사안에 무한책임을 지는 분 아니겠냐”며 “그에 상응하는 발언과 함께 조기에 귀국해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하는 입장 표명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재명 대표에 이어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하지만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가 이번 주말 현지에서 기자회견 일정을 잡는 등 당장은 귀국하지 않을 태세여서 민주당으로선 ‘돈봉투 의혹’ 수렁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 형국이 됐다.
이 대표와 송 전 대표가 이심송심(李心宋心)으로 불렸을 만큼 정치적 동맹이었다는 점도 민주당 전체의 부담이다. 2021년 5·2 전당대회에선 친명계 의원 여럿이 송 전 대표를 도왔고,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대선 캠페인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에서 패한 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물려받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는 이 대표가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는 발판이 됐다. 송 전 대표가 당 전략공천위 컷오프를 뚫고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받는 데 이 대표의 지원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심송심은 대선 패배 이후 지역구까지 주고받았다. 민주당을 괴물로 만든 시작이 2021년 ‘쩐당대회’였다”(강민국 수석대변인)고 공세를 펼쳤다.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늦출수록 현재 친명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여론의 비판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이재명 대표와 16일 통화하면서 내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 대표에게 공을 넘기는 듯한 발언도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의원 10여 명의 혐의도 구체적으로 드러나 검찰에 출두하는 상황이 되면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 이 대표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훨씬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 요청도 더욱 강하게 했어야 했다”며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이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돌파하려면 관련자는 출당과 같은 극약처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어느 시대인데 선거에서 돈봉투를 주고받습니까”라고 말했다.
방일 중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도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해 “지금 이 정도 상황이면 당연히 즉시 귀국해야 한다”며 “당도 불법이 있다면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하고 제2 창당 수준의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도 “(돈봉투)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진짜 소위 말하는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두둔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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