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쇼크’ 한국, 50년뒤 인구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
①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한국
약 50년 후인 2070년 한국의 인구 절반은 만 65세 이상 노인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의 노인 비중을 곧 추월하게 된다. 정부가 노인 인구 증가세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50년 내로 경제 활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의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고령 인구를 떠받치는 사회적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고령(만 65세 이상) 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 인구 비율은 17.5%였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한 대륙인 유럽 평균치(19.6%)보다는 낮은 수치다.
그러나 50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2070년 유럽은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8%로 완만하게 늘어나지만, 한국의 경우 46.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70년 전 세계 고령 인구 구성비는 20.1%에 그칠 전망이다. 50년 뒤 전 세계인 5명 중 1명꼴로 노인일 때 한국은 2명 중 1명꼴로 노인인 셈이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에 비해 상당히 빠른 편이다. 통계청은 3년 뒤인 오는 2025년 한국의 고령 인구 비중이 20.6%로 커지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기준에 따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본다. 한국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7년에 불과하다. 일본(10년)·미국(15년)·영국(50년) 등보다 짧다.
다른 연구기관의 추산도 비슷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70~2018년 한국의 고령 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 37개국 중 가장 가팔랐다. 일본(2.9%)보다도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해 기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남(24.5%), 경북(22.8%), 전북(22.4%), 강원(22.1%), 부산(21.0%) 5곳은 이미 초고령사회가 됐다.
한국의 고령화 추세가 유독 심한 것은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몰린 여파가 크다. 일본의 베이비붐은 3~5년간 이어졌고 미국의 베이비붐 기간도 10년가량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은 19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약 20년간 베이비붐이 계속됐다. 이 기간 매년 90만~100만명이 태어났는데, 이들이 점차 고령 인구로 편입하고 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차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1958년생이 노인이 되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고령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붐이 끝나면서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은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인 1.59명(2020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는 노동력이 중요했던 농경사회에서 육아가 곧 비용 부담이 되는 산업사회로 사회 구조가 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서 내년 합계출산율이 0.70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치솟는 집값과 육아 비용 탓에 혼인율이 감소하고, 아이를 낳으려는 부모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전국 혼인 건수는 1년 전보다 0.4% 감소한 19만1697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혼인과 출산이 줄고, 노인 인구는 늘면서 2070년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년부양비는 노인 인구에 대한 사회의 부양 비용 정도를 나타낸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의 비율로 계산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24.6명이었다. 생산연령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세계 56위 수준이다.
50년 뒤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100.6명으로 껑충 뛴다. 세계 1위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고령 인구의 고령화’ 문제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전체 고령 인구 가운데 75세 이상은 7.3%에 불과했지만 2070년에는 30.7%까지 늘어난다. 같은 기간 65~69세 고령 인구는 5.9%에서 6.9%로 1%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친다. 젊은 노인이 줄면서 그나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감소하고, 노년층 부담도 증폭되는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경제 활력 저하뿐 아니라 지역과 계층 간 격차가 더 커지고, 사회의 연대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사회 문제도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 전문가들도 고령화 추세를 늦출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한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대출 규모를 늘리거나,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면 출산율이 일시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인 고령화 추세를 꺾기는 어렵다. 거센 고령화 흐름은 이미 정부 사업만으로는 되돌리기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정부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청년들에게 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사회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안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결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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