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강백호’의 슬램덩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누적 관객 수 45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원작 만화의 주인공 강백호가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실존 인물이 있다. 건국대 농구선수 최승빈(23)이다. 빨간색 까까머리 헤어 스타일과 포지션(파워포워드),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까지 강백호를 빼닮았다.
‘강백호 실사판’ 최승빈을 향한 관심이 코트 안팎에서 뜨겁다. 최근 대학농구 국가대표 훈련이 열린 서울 한양대 농구 코트에서 만난 최승빈은 “대박이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문혁주 건국대 코치는 “넷플릭스의 ‘피지컬100’ 에서 섭외 요청이 왔지만 부상 위험을 고려해 거절했다. 영화관에서 ‘실존하는 강백호 콘셉트 사인회’를 열자는 대기업의 제안도 받았는데 훈련 일정이 겹쳐 사양했다”며 “스포츠 분야 광고 모델 제의도 받았다. 유자은 이사장님이 건국유업 모델로 건국대 농구부를 쓰자고 제안해 제품에 얼굴을 넣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승빈은 “올해 1월 영화를 보고 강백호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반해 머리를 짧게 잘랐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달 전지훈련지 일본에서 7000원짜리 빨간색 염색약을 2통 사서 셀프 염색을 했다. 최근엔 미용실에 가서 5만원 주고 다시 염색했다. 2주 지나면 지저분해져 5차례나 염색을 했다. 잦은 염색으로 탈모가 오더라도 민머리로 살면 된다. 새롭게 핫핑크색으로 바꿀까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짝사랑하던 채소연이 서태웅을 좋아하자 농구를 시작했다. 최승빈이 농구공을 잡은 계기도 강백호와 똑같다. 최승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좋아하던 여학생이 농구부 친구에 반해 칠판에 ‘우유빛깔 ×××’라고 적더라. 질투가 나서 부모님에게 달려가 농구를 시켜 달라고 졸랐다”고 했다.
강백호처럼 이국적인 외모의 최승빈은 어머니(크리스티나)가 러시아인이다. 어머니의 키는 1m80㎝다. 최승빈 “나는 수원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이름은 러시아의 이순신 장군 같은 인물인 ‘일야’다.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잠깐 살다가 초3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3년 정도 살다 귀국했다. 그래서 러시아어보다는 한국어를 더 잘한다.
강백호는 몸을 날려 공을 살린 뒤 허리를 다쳤는데도 코트에 돌아왔다. 최승빈은 “나도 동국대전에서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눈썹 부근을 맞아 피가 났지만 테이핑을 하고 뛰었다. 발목이 살짝 돌아간 상태로 뛴 적도 있다. 능남고 윤대협을 닮았다는 팬들도 있지만 난 강백호가 더 좋다”고 했다.
빨간머리 최승빈이 강백호처럼 코트를 누비는 영상이 퍼지면서,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600명에서 8400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건국대 충주 캠퍼스에서 열리는 농구 경기에는 그의 실물을 보려고 2500명 이상의 팬이 찾은 적도 있다. 계단에서 관전하는 팬까지 나오자, 학교 측은 벤치 뒤쪽 관중석을 추가로 개방했다. 최승빈은 “한 여성 팬은 ‘전주에서 기차 타고 왔다’며 그림을 선물로 줬다”고 했다.
그의 여자친구는 여자배구 국가대표이자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23)이다. 최승빈은 “고3이던 2019년 만났다. 여성팬들의 많은 관심에 질투가 났는지 농담으로 ‘검정색으로 다시 염색해’라고 한다. 서로 공도 잡아주고 경기력이 떨어질 땐 조언도 해준다”며 웃었다.
최승빈은 지난 시즌 대학농구 리그에서 평균 19.9점, 6.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건국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포스트에서 슛을 쏘거나 동료에게 패스를 내주는 ‘하이-로우 게임’을 펼쳤다.그러나 올 시즌 평균 득점은 12점대로 떨어졌다. 공만 잡으면 관중석에서 “꺄아~”란 탄성이 터져 나오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 슛 각도가 달라진 탓이다. 최승빈은 “3점슛 성공률이 지난 시즌 31%에서 올 시즌 초반 6경기에서 12%까지 떨어졌다. 미국에 진출한 삼일고 선배 이현중(미국 G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 형이 ‘부담감을 즐기고 자신감을 갖되 겸손해야 한다. 슈팅 루틴을 만들어 성공 확률을 높이라’라고 조언해줬다”고 했다.
건국대 4학년인 최승빈은 올해 9월~10월 예정된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다. 프로팀 관계자 사이에서는 “비슷한 실력이라면 스타성을 겸비한 최승빈을 뽑겠다. 지난 시즌 같은 모습을 되찾는다면 1라운드 후반쯤 지명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승빈은 “3학년 때 얼리 엔트리로 나갈까 고민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미뤘다. 악착 같이 수비하는 양희종(KGC) 선배를 좋아한다. 강백호의 모티브가 된 미국프로농구 데니스 로드먼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 프로 무대를 밟고 싶다”고 했다.
■ 최승빈은 …
「
출생: 2001년 수원(23세)
부모: 한국인 아버지, 러시아인 어머니
소속팀: 삼일고-건국대 4학년
포지션: 포워드(키 1m91㎝)
기록: 올 시즌 평균 12점(지난 시즌 평균 19점)
별명: 건국대 강백호, 빨간 머리 만찢남
」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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