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피하려다 볼넷…공포의 2할타자
타율은 2할대 초반, 하지만 OPS(장타율+출루율)는 9할대다. OPS가 9할대라는 건 상대 투수가 두려워해 볼넷을 자주 얻어내고, 파워 넘치는 스윙으로 담장을 곧잘 넘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감독과 코치는 엄지를 치켜세운다. 정작 본인은 “아쉽다”고 한다. SSG 랜더스의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42) 이야기다.
추신수는 개막 이후 팀이 치른 12경기 중 11경기에 출전해 안타 8개를 쳤다. 타율은 0.222. 17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67명의 타자 중 56번째다. 겉보기로는 ‘평균 이하’ 타자다.
하지만 추신수는 손꼽히는 ‘강타자’다. 홈런 3개(공동 2위)를 때려냈고, 볼넷도 11개(공동 2위)를 얻어냈다. 장타율(0.472)과 출루율(0.429)이 모두 4할대다. wRC+(조정 득점 창출)은 166.1이다. 평균 타자보다 타격으로 66% 더 득점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베이스볼투아이 기준)도 박성한에 이어 팀 내 2위다.
김원형 SSG 감독은 “본인이야 (낮은 타율이) 아쉽겠지만, 극단적으로 시즌 내내 볼넷 150개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아주 좋지 않느냐”라고 했다. 1번 타자로서 꾸준히 기회를 만들어내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진영 타격 코치는 “상대 팀에서 추신수에게 좀처럼 쉬운 공을 주지 않는다. 추신수가 중심타선 앞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래도 추신수는 “아주 아쉽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타율(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았다. 수비 시프트가 많아지면서 1, 2루 간 땅볼 안타가 줄었다. 출루율을 중시하는 흐름이 강해졌고, 안타든 볼넷이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볼넷을 일부러 고르는 건 아니지만, 출루는 똑같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고 했다.
추신수는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떨어져도, 꾸준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 추신수는 “아직 시즌 초반이니까 괜찮다. 지금보다 더 안 좋았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던 2015시즌, 추신수는 4월까지 타율 0.096을 기록했다. 홈런은 단 1개였다. 전반기를 마칠 때까지 타율은 0.221에 그쳤다. 하지만 후반기에 맹타를 휘둘러 ‘아메리칸 리그 9월의 타자’ 상까지 받았다. 결국 그해 타율 0.276, 22홈런 82타점 OPS 0.838로 시즌을 마쳤다.
추신수는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더 안 좋은 상황도 있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야구는 내일이 있으니까 빨리 잊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안 좋을 때 운동을 더 해봤지만, 그래 봐야 몸이 받아들이지 않더라. 일종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타율은 주춤한 편이지만, 장타력은 여전하다. 지난해 추신수는 4월 18경기에서 홈런 1개를 쳤는데 갈수록 장타를 늘려 16개로 마무리했다. 올해는 11경기 만에 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한국 복귀 첫 시즌인 2021년 기록한 21홈런을 충분히 넘어설 기세다.
지난해 SSG의 전력은 3, 4위권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를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나온 김강민의 끝내기 홈런처럼 접전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진 않았지만,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8승 중 4승이 역전승이고, 7승이 3점 차 이내 승리다.
추신수는 “우리는 이길 줄 안다. 지고 있어도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잘 할 거야’보다는 ‘잘한다’가 더 강한 메시지다. 한 글자 차이지만, 느낌이 다르다”며 “지고 있어도 끝날 때까지는 진 게 아니라는 분위기가 있다. 서로를 믿으면서 팀 분위기가 끈끈해졌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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