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HOPE AGAIN…거품 빠지니 바이오株로 뭉칫돈 ‘컴백’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4. 1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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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구조조정 속 기술 성과 잰걸음

‘뭐라도 사고 싶다.’

‘투자하기 딱 좋은 시기다.’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던 만큼 회복 여력이 있다.’

4월 들어서 출간된 증권가의 제약·바이오 리포트 제목이다. 바이오업계 투자 심리가 회복세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지난해만 해도 이런 반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돈줄이 완전히 말라붙어 바이오 기업이 투자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비유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치료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기반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A사는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설립 이후 700억원대 투자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칼바람이 거셌다. A사의 IR 담당 임원 얘기다.

“지난해만 해도 운용사나 벤처투자사는 바이오 업종을 투자 후보 리스트에서 완전히 빼버렸다.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바이오 담당자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올해는 온기가 감돈다. 일단 바이오 담당자를 만날 수 있고 기술 진전에 대해 귀를 기울여 들어준다. 속 시원하게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자금 유치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만으로도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A사뿐 아니다. 항암제에 도전하는 B사 투자 담당 임원 박 모 씨도 답답한 마음을 다소 풀어내는 중이다. 2년 전부터 투자 유치를 시도했지만 실적은 ‘제로(0)’였다. 부족한 R&D와 운영 자금은 모기업이 메웠다. 하지만 올해 기관 투자자와의 미팅이 이어지는 중이다. 박 씨는 “조건은 다소 불리해졌지만, 투자를 받을 수는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바이오 분위기가 살아났다는 신호는 주식 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KRX300헬스케어지수는 지난해 1월 3일 장중 3201을 기록한 뒤 하락을 거듭했다. 지난 3월 16일에는 장중 2151까지 내렸다. 그러나 4월 들어 상승으로 돌아섰고, 4월 11일 기준 2451까지 회복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도 늘어났다. 셀루메드는 최근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했다. 의료용 AI(인공지능) 로봇 사업 진출과 바이오·의료 기기 사업에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mRNA(메신저리보핵산) 생산 효소 양산을 위한 설비, 개발을 통해 기존 의료 기기 사업의 시설 확충도 계획하고 있다. 이뮤니스바이오 자회사 스마트셀랩은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18년 설립된 전구세포 치료제(Precursor Cell) 개발 전문 기업 스마트셀랩은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단분화능 전구세포를 개발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위기

상장폐지 위기 수두룩

업계에서는 ‘석(石)’이 걸러지며 ‘옥(玉)’이 더욱 빛나고 있다고 해석한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으로 바이오 붐을 일으켰던 기업이 혹한기를 거치며 대거 무너졌다. 상장 당시 시장과 약속한 기술 이전이나 신약 개발을 통한 흑자전환을 완수하지 못한 기업이 상당수다. 캡슐형 내시경 의료 기기 업체인 인트로메딕은 2016년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인트로메딕은 ‘의견 거절’ 감사의견을 받은 후 거래가 정지됐다.

셀리버리는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생체 내 약리물질 세포 내 전송기술(TSDT)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킨슨병,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췌장암 치료제 등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계속기업 존속 능력 불확실’을 이유로 의견 거절을 받았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인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상환 시점이 잇따라 도래하는데 채권자에게 이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 앞에서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에스디생명공학 역시 최고 2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349원까지 떨어진 뒤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3월 거래 정지됐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투자 혹한기를 거치며 실력이 없거나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걸러지고 있다”며 “자갈이 치워지며 제대로 밭을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오 스타트업 거품이 빠진 점이 되레 바이오 봄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바이오를 외면했던 투자자가 돌아온다는 점에서다. DXVX는 최근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사 에빅스젠을 241억원 기업가치(밸류)에 인수했다. 에빅스젠의 몸값이 한때 18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에빅스젠은 2015년 이후 누적으로 약 280억원의 투자금을 LB인베스트먼트, 현대기술투자, HB인베스트먼트, 르네상스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유치했다. 2021년 자금 조달 시 기업가치는 약 1800억원이었다. 기존 투자자로서는 눈물겨운 일이지만, 바이오 기업 가치가 적정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기술 개발 성과를 내는 바이오 기업도 많다. 일례로 알테오젠은 단독 개발 플랫폼 ‘Hybrozyme(하이브로자임)’ 첫 적용 품목이 임상 3상에 진입함에 따라 파트너사에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300만달러의 대금을 청구했다고 지난 4월 3일 공시했다.

4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는 국내 바이오 기술이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AACR은 전 세계 약 120개국 5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적 권위의 암학회다. 전 세계 의료 전문가·기업들이 모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업을 모색하는 만큼, 기술 수출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도 작용한다.

한미약품은 기존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mRNA 기반 항암 백신의 면역 반응을 통한 새로운 치료 기전을 선보였다. 국내사 가운데 가장 많은 7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2차전지 테마가 끝나면 저평가 매력이 높아진 바이오로 수급이 강하게 몰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헬스케어 업종의 상승에 대해 “연초 이후 지수를 지속적으로 언더퍼폼(Underperfom·시장 수익률 밑돎)했던 제약·바이오 업종에 순환매 관점의 수급 유입 영향”이라며 “‘뭐라도 사고 싶다’는 호재에 크게 반응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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