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연장선 수혜 지역은? 강동구 상일·고덕동 거래량 10배 급증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3. 4. 1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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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고덕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공원이 눈에 띈다. 송림근린공원이다. 공원을 왼쪽으로 두고 대로변을 따라 조금 걸으면 이마트 교차로가 등장한다. 동남로와 고덕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바로 동남로 지하를 따라 지하철 9호선 연장 노선이 이어진다.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동남로 북쪽으로 약간만 걸어가면 고덕아이파크가 있다. 고덕역 3번 출구를 등지고 고덕로를 따라 그대로 직진하면 왼쪽에는 고덕그라시움, 오른쪽에는 고덕아르테온이 위치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완공되기 전까지 강동구 랜드마크로 입지를 다진 단지들이다.

최근 지하철 9호선 연장 노선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소식과 함께 고덕동 일대 아파트가 주목받는다. 예정대로 2028년 9호선 4단계 연장 노선이 개통되면 고덕동 주민들은 서울 강남까지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6개월 동안 서울에서 가장 가격이 많이 떨어진 강동구에서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둔촌주공이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면서 서울 진입을 노리는 경기도 구리시나 하남시 주민들이 주변 아파트를 매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덕동뿐 아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소식과 함께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가 전체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동구는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4주(3월 27일) 기준 강동구 아파트 가격은 0.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상승 전환했다. 강동구의 집값 상승은 지난해 5월 2주(5월 9일) 0.01% 오른 후 무려 46주 만의 일이다. 거래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동구의 올해 1분기 아파트 거래량은 46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39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9호선 연장 공사 본격화

강남까지 환승 없이 30분 만에 주파

11년 만에 착공에 들어간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강동구청은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 착공보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3월 29일 열린 착공보고회에서 강동구청 측은 시공사인 대우건설 컨소시엄(1공구), 태영건설 컨소시엄(2공구), 한신공영 컨소시엄(3공구)으로부터 공구별 공사 계획 등을 확인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은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역을 시작으로 길동생태공원사거리, 한영외고, 5호선 고덕역을 경유해 고덕강일1지구까지 총 4.12㎞ 구간을 연장하는 사업이다. 총 4개역(환승역 1개)이 신설되며 총 사업비용은 6408억원이다. 사업 구간은 1공구 ‘중앙보훈병원역~대명초교입구교차로(가칭 길동생태공원역)’, 2공구 ‘대명초교입구교차로~고덕아이파크아파트(가칭 한영외고역·고덕역)’, 3공구 ‘고덕아이파크아파트~고덕강일1지구(가칭 고덕강일1역)’ 등 3개 공구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1월 본 공사가 시작됐으며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8년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이 완료되면 강동구에서 강남구까지 환승 없이 30분 내 이동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강남에 가려면 지하철 5호선을 탄 후 두 차례 환승해야 한다. 현재 운행 중인 9호선 기존 노선과 합치면 서울 한강 이남을 동서로 연결하는 45.5㎞(정거장 42곳)의 노선이 완성된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둔촌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강동구 인구는 현재 46만명에서 2025년 이후 55만명을 넘게 될 것”이라며 “9호선 4단계 연장을 통해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면 강동구가 명실상부하게 ‘강남 4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상승세로 돌아선 강동구

집값 바닥 찍고 매수세 몰려

지하철 9호선 연장 노선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수혜 지역에 관심이 쏠린다. 연장 노선은 현재 9호선 종점인 중앙보훈병원역에서 동남로를 따라 약 3.5㎞를 지난 후 아리수로에서 우회전해 강일동으로 이어진다. 종점인 강일동을 비롯해 9호선과 5호선 환승역이 되는 고덕역, 연장 노선 안쪽에 위치한 상일동 일대 등이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올해 1월 착공 후 이미 이들 지역은 거래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호선 연장 노선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고덕동은 지난해 1분기 8건에서 올해 110건으로 약 14배, 상일동은 같은 기간 12건에서 117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강일동 거래량 역시 지난해 1분기 4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6건으로 4배 증가했다.

가격 역시 상승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2019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3월 15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1월 매매가(14억원) 대비 1억5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전용 59㎡도 최근 12억9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 초 10억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어느새 2억원 이상 반등했다.

2021년 입주한 신축 단지인 상일동 ‘고덕자이(1824가구)’ 전용 84㎡ 역시 지난 2월 13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1년 7월 최고가(16억8000만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3억원가량 낮지만 같은 면적이 올해 초 9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4억원 올랐다.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2020년 입주)’ 전용 84㎡ 실거래가 역시 14억7000만원으로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

강동구 주요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로열층 위주로 젊은 층 실수요자 매수가 증가했다. 강동구 아파트는 지난해 말 한때 전고점 대비 30~40% 정도 떨어진 바 있다. 그만큼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고공행진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잠시 떨어지면서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가 한결 수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정적으로 올해 초 9호선 연장 노선 착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고덕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급하게 처분하려는 매물이 쌓였지만 올해 급매가 급격히 소화되면서 호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5000만~1억원 높게 호가를 부르는 상황”이라며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이는 추세”라고 말한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3월 이후 예비 매수자들은 실거래가에 등록된 급매 가격 수준의 매물을 찾는 반면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3월 말부터 거래 자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 여부 등 대외적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 매수자들이 선뜻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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