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대 CEO 새 얼굴 살펴보니…항공·유통·식품·금융 곳곳서 16명 두각 [CEO 라운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4. 1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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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선정 ‘100대 CEO’가 올해로 19년째를 맞았다. 항공, 유통, IT, 금융 등 주요 업종 CEO가 고루 포함된 가운데 새로 진입한 CEO 16명이 돋보인다. 주요 기업 오너부터 전문경영인, 여성 CEO까지 다양한 인물이 포진했다.

코로나19 극복한 오너 경영인 두각

조원태·송병준·이동채 눈길

오너 경영인 중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송병준 컴투스홀딩스 의장,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눈길을 끈다.

조원태 회장은 글로벌 항공업계가 맞닥뜨린 코로나19 위기를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여파로 여객기가 지상에 멈춰 서 있던 2020년 3월 “빈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활용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역발상 전략을 펼쳤다.

조 회장은 화물 전용 여객기와 좌석 장탈 여객기 등을 적극 활용할 뿐 아니라 대형 화물기단의 가동률을 높이며 항공화물 시장을 공략했다. 긴급 구호 물품 등 급증하는 화물 수요를 선점한 덕분에 팬데믹 기간에도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하게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13조4127억원 매출, 2조8836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송병준 의장은 모바일 게임의 선구자로 불린다. 2000년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을 창립한 송 의장은 모든 게임 기업이 PC 플랫폼 기반 온라인 게임에 집중할 때,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며 산업 개척에 나섰다. 사업 초기, 피처폰 특유의 손맛을 살린 쉽고 간단한 게임으로 남녀노소에게 모두 사랑받으며 게임빌을 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사 반열에 올려놨다.

송 의장의 주특기는 ‘투자’다. 2013년 컴투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국내에서는 인기 타이틀을 앞세운 수많은 모바일 게임 신흥 강자가 생겨나고 있었고, 규모가 있는 컴투스 인수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송 의장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때의 시너지를 고려해 컴투스 인수를 이끌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컴투스홀딩스는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 워’ 등을 내놓으며 세계적인 게임사로 거듭났다.

송 의장의 ‘투자 전략’이 빛을 발하는 또 다른 분야가 콘텐츠다. 컴투스는 2021년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하며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웹드라마 ‘시맨틱 에러’를 제작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SNS상에서 화제를 모은 ‘신병’과 전국을 뒤흔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내놓으며 수준급 제작사로 올라섰다.

‘코스닥 시장 대장주’ 에코프로그룹을 이끄는 이동채 회장도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구상고를 졸업한 후 평범한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1만명을 먹여 살리는 기업인이 되겠다’는 꿈을 꿨다. 꿈을 이루기 위해 1996년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에코프로그룹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2006년, 창업 10주년이 되던 해였다. 당시 제일모직이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구체, 양극재 기술과 영업권을 내놓으며 이 회장에게 인수를 제안했다. 그는 노트북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던 양극재가 향후 전기차에 들어가면서 각광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술 개발에 힘쓰면서 하이니켈계 양극 소재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주가가 날개를 달면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진출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데브레첸시와 양극재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 예비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사업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삼성그룹 CEO 3명 첫 선정

존 림·고정석·홍원학 눈길

그룹별로는 삼성 계열사 CEO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에서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100대 CEO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 림 사장을 선임한 2020년부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2020년 1조1647억원이던 매출액이 2021년에는 1조568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단순 외형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냈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25%에서 지난해 33%로 치솟았다. 제약·바이오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익성이다.

존 림 사장 취임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 고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12곳과 CMO(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액은 1조7835억원. 존 림 사장 취임 전인 2019년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CMO의 경우 생산 설비 규모가 핵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 림 사장 취임 이후 4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압도적 글로벌 1위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연간 생산능력 24만ℓ에 달하는 4공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부분 가동 중이다. 최근 5공장 증설 계획을 밝혔는가 하면, 6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특히 존 림 사장의 ‘인재 경영’은 유별나다. 매달 ‘CEO 레터’를 직원에게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분기 설명회를 통해 회사 경영 현황과 목표, 비전을 공유한다. 올해는 전 임직원에 사상 최대 초과 이익 성과급(연봉의 45%)을 지급해 제약·바이오업계 주목을 받았다.

고정석 사장은 1985년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 입사한 이후 기능화학사업부장, 일본삼성 상사부문관장, 삼성C&T 재팬 대표이사, 화학소재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정통 상사맨’이다. 201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트레이딩, 사업 운영, 사업 개발’의 3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지난해 매출 20조2180억원, 영업이익 397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전체 매출액(43조1620억원)의 47%가량을 상사 부문이 책임진 셈이다.

홍원학 사장이 이끄는 삼성화재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6061억원, 당기순이익 1조2837억원을 달성해 2021년보다 각각 6.58%, 14.1% 증가했다. 특히 배당수익 등이 포함된 투자 영업이익이 아닌 보험 영업이익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배당 등 외부 요인이 아닌 본업에서의 성과라는 점에서 홍 사장의 경영 능력은 더욱 부각된다.

유통·식품업계 CEO 두각

김상현·허인철, 최대 실적 견인

업종별로는 유통·식품업계 CEO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돋보인다.

김상현 총괄대표는 40년 가까이 유통업계에 몸담아온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P&G 대표, 홈플러스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취임한 지 1년 만에 벌써 성과가 나타나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이후 처음으로 3조원 매출 탈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가 넘게 늘어나는 등 수익성 개선도 두드러졌다. ‘초대형 복합 쇼핑몰’로 진화한 잠실점, ‘프리미엄 백화점’ 콘셉트를 구축한 소공동 본점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오리온을 이끌어온 허인철 부회장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2조9346억원과 영업이익 399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13.6%에 달한다. 보통 식품 회사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허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해외 사업이 호실적의 배경이 됐다. 오리온은 새롭게 진출한 시장인 베트남과 러시아에서 전년 대비 각각 38.5%, 79.4%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초코파이, 고래밥 등 현지에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수요에 맞춰 생산 라인을 늘리고 신공장을 가동하는 등 생산능력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친숙하면서도 현지 입맛에 맞게끔 기존 제품을 개량, 실험적 신제품을 선보인 것도 한몫했다.

이외에 통신업계에서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제약업계에서는 허일섭 녹십자홀딩스(GC) 회장이 처음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 CEO도 포진

메리츠 조정호·신한투자 김상태 빛나

금융권에서는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은 금융권에서 이슈를 몰고 다녔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자회사 편입이 최대 화제였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통합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금융권 시선은 자연스레 조정호 회장을 향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는 방향의 의사 결정은 국내 재계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주와 화재·증권 간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승계도 사실상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정호 회장은 “지분율이 내려가도 좋다. 기업을 승계할 생각도 없으니 경영 효율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하자는 제안을 경영진에게 먼저 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이런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지분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대 이익이 더 높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005년 3조원대에 불과하던 메리츠금융그룹 총자산은 최근 100조원으로 30배 이상 성장했다.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은 조 회장의 전문경영인 중용과 파격적인 보상 시스템 덕분이다. 조 회장은 성과를 낸 경영진에 막대한 보상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회장의 이런 의지는 그룹 전반에 철저한 성과주의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실적만 따라준다면 임기 역시 안정적으로 보장해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를 미국의 버크셔해서웨이 같은 전문 투자 지주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김상태 사장은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힌다. 대우증권, 메리츠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에서 숱한 기업금융(IB) 경험을 쌓은 후 지난해 신한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이 주관사 계약을 따낸 기업공개(IPO) 사례만 모아도 제일모직, 셀트리온헬스케어, 크래프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대어급이 넘쳐난다.

김 사장은 영업 전문가답게 취임 후 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잖은 변화를 시도했다. IPO 독립본부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늘려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필요하다면 직접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났다. 지난해 5월 LG CNS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 주관사 자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직원 신망도 두텁다는 후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5호 (2023.04.19~2023.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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