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선지원'한다던 원희룡 말 휴지조각됐다"
최근 이른바 ‘건축왕’의 전세사기 대상이 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아파트 피해자 3명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전국 단위 단체를 출범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 주안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대책위는 "지난 2월 첫 희생자가 나왔을 때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 한다고 절박하게 외쳤으나, '선지원 후회수'를 검토한다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은 휴지 조각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2명의 희생자가 추가로 나오자 원 장관은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의미 없는 소리를 한다"면서 "피해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는 개별 노력으론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참사이자 학살"이라며 "조직적으로 부풀린 시세도, 임대인의 수십억원대 체납 사실도 미리 알 수 없는 허술한 제도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묻지마식 보증, 보증 보험 부실 등에 명백한 책임이 있는 정부가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며 "제4, 제5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대책위는 이날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아울러 피해 전수 조사와 지원 체계 개선, 피해 주택 경매 일시 중지 등 대책을 요구했다.
안상미 대책위 위원장은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대책의 시작"이라며 "가해자의 은닉 재산을 조사하고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출범식 이후에는 최근 이른바 '건축왕' 일당의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숨진 20∼30대 청년 3명에 대한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피해자들은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도 보장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거나, 수도 요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제에 참석한 대책위 관계자와 시민 등 200여명은 촛불을 들고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대책위 측은 유족 측의 신상 비공개 요청에 따라 사진이 없는 고인들의 영정을 놓고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추모식을 찾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 청년들이 성실하게 일해서 한 푼, 두 푼 쌓아 올린 미래를 하루아침에 빼앗기고 어둠 속에서 몸부림칠 때 국가는 어디에 있었냐"며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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