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놓인 거대한 배추… 사진과 회화의 ‘낯선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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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위에 섬의 크기만큼 큼지막한 배추가 놓였다.
섬과 배추, 섬과 연필의 낯선 조합, 그 비현실적인 크기의 대조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작에서는 동시에 정감이 묻어난다.
사진을 캔버스에 프린트해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었으니 강홍구의 작품은 사진과 회화 사이에 있다.
사진 위 색칠 작업이 변주되며 이번처럼 달리의 '디페이즈망 기법'(일상의 맥락에서 벗어나 사물을 이상하게 배치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무인도 연작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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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땅’ 고향 신안에 대한 생생한 추억들
섬 위에 섬의 크기만큼 큼지막한 배추가 놓였다. 어떤 섬에는 무가 놓였다. 섬과 섬 사이에 걸쳐 놓은 빨래가 널린 줄이 있고, 연필이 기울어진 다리처럼 걸쳐 있기도 하다.
중견 사진작가 강홍구(66)의 개인전 ‘무인도와 유인도-신안바다Ⅱ’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이처럼 기이한 풍경이다. 마치 재봉틀 위에 우산이 꽂혀 있는 비상식적 조합이 낯선 아름다움을 자아내던 초현실주의자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섬과 배추, 섬과 연필의 낯선 조합, 그 비현실적인 크기의 대조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작에서는 동시에 정감이 묻어난다. 강홍구는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어의도에서 나고 자랐다. 1000개 넘는 섬이 별처럼 흩어져 있고 섬과 섬 사이에는 갯벌이 사막처럼 드넓게 펼쳐져 있는 섬의 땅 신안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이다. 서울 홍대를 졸업한 뒤 서울살이를 하던 작가는 2005년부터 고향 신안을 찾았고 섬과 뻘의 풍경을 찍었다. 그 중 하나가 무인도였다. 신안의 섬 중 953개가 무인도다. 무인도 사진을 무수히 찍으면서 어디다 쓸까 고민하던 작가는 묵혀둔 무인도 사진을 꺼내 이번 작업을 했다.
사진을 캔버스에 프린트해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었으니 강홍구의 작품은 사진과 회화 사이에 있다. 최근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관람하며 작가는 왜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 넣을까 궁금해졌다. 강홍구는 디지털 사진 1세대 대표 작가지만 홍대 서양화과 출신이다. 붓 대신 카메라를 쥐고 전업 작가로 나섰지만 내부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붓질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에는 성난 바다를 온전히 붓질로만 표현한 회화 작품이 나와 감추지 못한 붓질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추억의 현재화를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서 기억은 언제나 과거 시점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어제 일처럼 또렷한 추억이 있다. 날씨와 냄새, 소리까지 생생할 때가 있다. 작가는 그 생생한 기억을 현재처럼 만들기 위해 프린트된 흑백 사진 위에 색칠을 하는 것 같다. 사진 위 색칠 작업이 변주되며 이번처럼 달리의 ‘디페이즈망 기법’(일상의 맥락에서 벗어나 사물을 이상하게 배치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무인도 연작이 탄생했다.
하지만 색칠은 사진 자체가 갖는 쨍한 목소리를 덮을 때가 있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사진 그 자체가 발언하는 목소리와 표현이 궁금해 커튼 젖히듯 색칠을 걷어내고 싶은 얄궂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었다. 전시는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23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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