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보러 줄 선 수백m의 행렬…최고 시속 159㎞ 무실점 호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가 시즌 처음으로 맞붙은 18일. 관중석 개방을 10분 가량 앞둔 오후 5시 20분쯤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후문 밖으로 수백m의 긴 줄이 늘어섰다. 마치 포스트시즌 경기를 연상케 하는 장면. 화요일 저녁 경기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라 흥행에는 악조건인데도 그랬다.
이유가 있다. 이날 한화 선발 투수는 문동주(20)였다. 그는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경기에서 1회 말 1사 후 박찬호를 상대로 시속 160.1㎞의 강속구를 던졌다. 2011년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피치 트래킹 시스템(PTS)을 도입한 이후 국내 투수가 시속 160㎞를 넘긴 건 문동주가 처음이다.
오랫동안 '압도적인 에이스'를 기다려왔던 한화 구단과 한화 팬들은 일제히 고무됐다. 한화는 문동주의 바로 다음 등판인 이날 대전 두산전에서 시속 160㎞ 투구 기념 이벤트를 마련했다. 장외 무대에 숫자 '160.1'을 포토 조형물로 설치했고, 특별 제작한 문동주 포토카드를 선착순 1600명에게 선물했다. 관중 출입구 앞부터 야구장 밖 도로변까지 늘어선 행렬은 바로 이 포토카드를 받기 위한 인파였다.
고교 시절부터 강속구로 유명했던 문동주는 지난해 1차 지명 신인으로 한화에 입단해 '수퍼 루키'로 기대를 모았다. 첫 시즌엔 부상 기간이 길어져 이름값은 하지 못했다. 건강한 몸으로 출발한 올 시즌은 다르다. 걍속구로 역사적인 이정표를 남기면서 한화의 오랜 에이스 갈증을 풀어 줄 기세다. 한화 관계자는 "평일 저녁 경기에 이렇게 관중 줄이 늘어선 걸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문동주의 투구를 처음 직접 보게 된 이승엽 두산 감독도 기대감과 경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경기 전 "문동주는 아주 좋은 투수다. 공도 빠르고 커브도 좋은 선수라 우리에게 득점 기회가 많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쨌든 우리는 쳐서 이겨야 한다"이라고 했다.
문동주는 이날도 1회를 삼자범퇴로 끝내면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2~4회 연속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지만, 후속 세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내고 무사히 매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 2사 후엔 안재석의 볼넷과 이유찬의 중전 안타로 1·2루 위기를 맞았다가 정수빈을 2루수 땅볼로 솎아내고 실점을 막았다.
문동주는 6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조수행과 양석환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양의지에게 98구째를 던지다 네 번째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한화 벤치는 투수를 한승주로 교체했다. 문동주는 5와 3분의 2이닝 2피안타 4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세 번째 등판을 마치게 됐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다.
관심을 모았던 문동주의 직구 최고 구속은 한화 구단 자체 측정 시스템인 트랙맨 기준으로 시속 159㎞까지 나왔다. 4회 송승환 타석에서 던진 4구째 직구였다. 다만 KBO 공식 시스템인 PTS는 이 공의 스피드를 시속 156㎞로 측정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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