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겨울나기, 혁신이 필요해”
18일 서울 젠지 사옥서 ‘e스포츠의 겨울’ 주제로 좌담회 개최
봄꽃이 만개한 4월 중순에도 e스포츠는 겨울을 나고 있다. 국제경제는 여전히 침체돼 있는데, 게임단 운영비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까닭이다.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앓는 소리가 나온다. 향후 2~3년간은 계속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아놀드 허 젠지 CEO, 신지섭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 e스포츠 아시아태평양 총괄, 박원영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커머셜 파트너십 총괄이 18일 서울 강남구 젠지 사옥에서 ‘e스포츠의 겨울’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세 패널은 e스포츠가 겨울을 벗어나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마케팅 창구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 CEO “e스포츠 업계, ‘팬心 드러낼 수단 더 있어야”
예전부터 ‘e스포츠는 혹한기를 맞이했다’고 주장해온 허 CEO는 “과거에는 e스포츠 업계 투자자들이 이곳저곳에 투자했다면, 요즘에는 ‘될 것 같은’ 톱 리그에만 투자한다. 잘되는 게임, 뷰어십이 잘 나오는 사업에 투자가 모일 것”이라면서 “이제는 단순히 e스포츠 팀이 되는 게 중요하지 않다. 가치 있는 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가 인게임 재화 판매 등을 통한 디지털 수익(digital revenue)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허 CEO는 “지난 5년간 업계에 있으면서 실망스러웠던 점은 더딘 혁신”이었다면서 “세 발 의자를 예로 들면 지난 5년간은 스폰서십과 미디어, 두 다리만 있었다. 앞으로 인게임 스킨 판매 등을 통한 디지털 수익이 나야만 의자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CEO는 팬들이 팬심을 드러낼 수단이 더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게임 팬들이 게임 바깥에서 팬심을 표출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쵸비’ 정지훈의 팬은 감정표현 구매 외에는 본인의 팬심을 드러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관람 환경에도 다채로운 확신이 필요하다. 롤파크나 발로란트 경기장에 게임을 모르는 이들과 함께 즐길 문화가 조성되면 좋을 것”이라면서 “롤파크 식사 메뉴에 ‘쵸비 피자’처럼 선수 이름을 딴 메뉴가 추가되면 좋을 것이다. 디즈니랜드처럼 재밌는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총괄 “겨울에 태어난 발로란트, 덕분에 거품 걷어냈다”
발로란트 e스포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해 참석한 신 총괄 역시 e스포츠가 겨울을 맞이했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e스포츠 혹한기는 몇 년 전 팟캐스트에서 들은 단어이며, 이미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 총괄은 “경기의 좋고 나쁨은 순환하는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라면서 “일부는 그것을 ‘폭락’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조정’이라고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발로란트는 겨울에 태어난 아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 직후에 태어난 e스포츠 종목이다 보니 한동안 오프라인 대회도 하지 못했다. 힘들게 크면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 본질적 고민을 하게 됐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거품에 배팅하는 자본 없이 시작했다 보니 처음부터 건강하게 설계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신 총괄은 허 CEO가 제안한 인게임 재화 판매 등을 통한 디지털 수익 창출과 관련해 “기회 비용이 존재하고, 개발 난이도가 있고, 팀과 수익을 나눠야 하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이 나와야 한다”면서 “그런 허들을 내부적으로 넘기가 어렵다. 이제야 설득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퍼블리셔 입장 수지가 맞지 않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게임 재화 구매는) 팬덤의 팬심 표출 방법이다. 우리는 팬들에게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게임에 대한 경험 확장과 즐거움을 드리는 게 우리 라이엇 게임즈의 서비스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VCT가 리그 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재화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총괄 “B2C 매출 늘리고, 해외 팬에 대한 이해도 높여야”
박 총괄은 LCK의 매출 구조가 기성 스포츠들과 달리 B2B 영역에 편중돼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전통 스포츠에선 티켓 판매나 상품화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벤치마킹이 유의미할까 하는 고민이 있다”면서 “LCK 매출의 7~80%가 B2B에서 나오고 있다. 최소한 B2C 영역을 50%까지는 끌어올려야 e스포츠만의 독특한 사업 모델이 나오고,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괄은 또 “현재 롤파크 수용인원이 적지만, e스포츠가 1~3만명 수용 가능한 경기장을 보유하고 운영하는 것이 팬들이 원하는 지점인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있다”고도 밝히면서 전국 CGV에서 LCK를 라이브 송출하는 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프링 시즌 결승전이 열린 이틀간 9000석 규모 경기장이 20분 만에 매진됐다. CGV는 33개관을 전부 개관했고, 결승 티켓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됐다”면서 “처음 CGV에서 LCK를 상영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땐 거부 반응이 컸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팬들이 직관을 못 할 때의 보완재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박 총괄은 또 “LCK 뷰어십의 60~70%가 해외로부터 나오는데, 우리는 해외 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LCK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높은 수준의 경기력 못잖게 팬이 존재하는 국가에 리그를 포지셔닝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팬덤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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