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다음은 충전기…SK시그넷, 매출 2배씩 성장

김채연 기자 2023. 4.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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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채연 기자]
<앵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이어 강력한 탄소배출 규제까지 내놓으면서 북미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을 빠르게 늘리려면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겠죠.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충전 인프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인데요

북미 지역 급속충전 1위 기업은 (주)SK의 자회사인 SK시그넷 입니다.

산업부 김채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SK시그넷 어떤 회사인가요?

<기자>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초급속, 급속, 완속으로 구분되는데요, SK시그넷은 고속도로나 공공기관에서 사용되는 초급속 충전기를 만듭니다.

이 충전기를 미국의 1위 충전소 사업자인 일렉트릭파이 아메리카, 이브이고(EVgo)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북미 지역 기준으로 약 40% 수준으로, 1위 사업자입니다.

주력 제품인 350kW급 충전기는 단 18분이면 충전이 되고, 최소 40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기 시장 구도를 보면 ABB, 트리티움, BTC, 국내 회사인 중앙제어, 에어채비 등이 뒤쫓고 있지만, 현재로선 SK시그넷이 상당한 경쟁 우위에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앵커> SK시그넷은 SK가 2021년에 인수합병(M&A)를 통해 사들인 회사이지 않습니까. 불과 1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SK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을 중심으로 분리막, 동박 등 핵심 소재부터 충전기까지 M&A를 통해 전기차 관련 공급망을 갖춰가고 있는데요, SK시그넷도 그 중 하나입니다.

SK는 충전기 분야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2년전 3,000억원을 들여 시그넷이브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사명을 바꿨습니다.

SK시그넷은 SK 자회사로 편입된 뒤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1600억원을 기록했는데, 2021년 800억원보다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전년도 23억원보다 50% 증가했습니다.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덕분입니다. 지난해 5,300기를 생산했는데, 2021년보다 1,300대 이상 늘었습니다.

충전기 시장의 높은 성장에 그룹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SK는 SK시그넷을 인수하자마자 미국 현지에 생산 기지를 신설하기로 결정하고, 그룹 내 핵심 인력도 대거 지원했습니다.

일례로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 SK시그넷 북미법인 대표를 동석시켰던 건 그룹 내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일이었습니다.

SK시그넷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3,400억원으로 올려잡았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미국 환경보호청이 지난주 2023년까지 전기차를 67% 늘리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충전 인프라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는데요.

SK시그넷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겁니까.

<기자> 전기차가 보편화되려면 먼저 언제 어디서든 충전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자동차 기름이 떨어졌을 때 주유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인거죠.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현실인데요, 미국 정부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려면 충전 인프라도 동시에 갖춰져야 해 SK시그넷 입장에서는 당연히 호재라는 겁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 전기차 인프라 프로그램'(NEVI),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도 SK시그넷에는 유리한 상황입니다.

다만 SK시그넷이 이 혜택을 직접 받는 건 아닙니다.

직접적인 혜택은 일렉트릭파이 아메리카와 같은 충전소 사업자가 받게 되는데,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고속도로 50마일 마다 충전소를 세우고, 미국산 철강 제품으로 현지에서 제조한 충전기를 설치해야 됩니다.

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조사는 현재로선 SK시그넷이 유일하다는 겁니다.

SK시그넷에 대한 제품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 큰 폭의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앵커> 늘어나는 전기차 충전기 수요를 충족하려면 생산능력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SK시그넷은 미국 현지 생산기지가 있나요

<기자> SK시그넷은 전남 영광에 연간 1만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오는 6월부터는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신규 공장을 새롭게 가동할 예정입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기지를 구축한 건 SK가 처음인데, 미국의 네비(NEVI) 프로그램 등에 대비해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입니다. 이 공장에선 올해 CES에서 선보이기도 했던 신제품인 V2, 40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미국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이 1만기인 점을 감안하면 SK시그넷의 연간 총 생산능력은 총 2만기로 늘어나게 됩니다.

향후 추가 증축까지 하게 되면 최대 3만기까지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것은 SK시그넷의 상장 시기입니다. 지금은 코넥스에서 거래되고 있지요?

<기자> 네, SK시그넷은 현재 코넥스에 상장돼있는데, 코넥스 기업으론 체급이 큰 편입니다.

코넥스 상장 요건이 자기자본 5억원, 매출 10억원 이상 등 인데, SK시그넷은 이미 지난해 매출이 1600억원이 넘었고, 상당한 영업이익도 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코스닥이나 코스피 이전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회사 측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SK가 회사를 인수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당장 추진하기 보다는 올해는 회사 기업가치를 키우는데 주력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채연 기자 why29@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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