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세사기 매물 경매 중단 추진”…윤대통령 “즉각 시행”

김영주, 김남준 2023. 4.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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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 붙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현관에 전세사기 피해 호소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 일시적으로 경매 보류 조치를 하기로 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임차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경매 절차 중단은 그간 전세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주장해온 내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와 관련된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중단하거나 유예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앞서 지난달부터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은 경매 절차를 밟고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금융기관이 채권 확보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경우 일정 기간 매각 기일을 연기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며 “현실적으로 채권자에게 채권 회수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지만 기일 변경을 통해 경매 절차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매 절차 연기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거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경매에서 낙찰돼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에 들어가면 세입자는 곧바로 해당 주택에서 퇴거해야 한다. 또 기존에 받은 전세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막막한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경매 연기를 이행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각 금융사가 법상 보장된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막을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이와 관련해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는 등 방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5대 시중은행 주요임원은 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1시간 회의에서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 짓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피해자가 거주 중인 전세 사기 주택의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에 경매 처분을 연기해 달라고 직접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매 처분 연기를 당장 요청한 사실도 없고 그렇게 할 권한도 없다”면서 “피해자들이 좀 더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은행 등 금융업계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주택 가운데 국세 회수를 위해 국세청 등이 공매를 신청한 경우에도 1년간 공매 절차를 중단하는 조처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이 경우 경매 입찰만 뒤로 연기되는 것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여기저기에싀 문제가 발생 중이고 유형도 다르지만 지금까지 이에대한 정부 대책은 일률적이었다”며 “결국 현행 제도로는 안 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어디까지를 전세 사기로 볼 것인지, 구제 방안은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방안이 정해져야 협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해 어느 정도 재량을 행사할 의사는 있지만, 자체적으로 할 순 없고 전체 업계와 금융당국의 기준이 우선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주·김남준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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