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의 비극…전세사기, 말없이 앓다 숨졌다

오주환 2023. 4. 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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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로 극단 선택을 한 세 번째 피해자는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출신의 30대 여성 A씨로 나타났다.

A씨는 2019년 9월 전세금 7200만원으로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A씨의 경우 전세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과거 A씨는 국내 해머던지기 고교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유망한 육상 선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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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 한 장례식장에 인천지역 3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로 극단 선택을 한 세 번째 피해자는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출신의 30대 여성 A씨로 나타났다.

A씨는 수도요금을 체납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가족에게는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18일 인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B씨(54)는 “수도 요금도 못 낼 정도였는데 가족에겐 괜찮다고 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는 “우리 큰딸은 자신이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아버지 걱정만 했다”며 “2주 전에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던 딸의 안부 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한탄했다.

이어 “단둘이 일본 여행도 가고 가장 최근에는 강원도도 다녀올 정도로 아비를 챙기던 자식이었다”며 “수도 요금을 못 내는 상황인데도 혼자 견딘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했다.

18일 인천 한 장례식장에 인천지역 3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A씨는 17일 새벽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 남겨진 유서에는 전세사기 피해 등으로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2019년 9월 전세금 7200만원으로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1년 12월 재계약 당시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계약금을 1800만원 올려 전세금 9000만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이후 이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겨졌다.

이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A씨의 경우 전세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인천지역 3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살던 아파트 앞 쓰레기봉투에 수도 요금 독촉장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과거 A씨는 국내 해머던지기 고교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유망한 육상 선수였다고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하나뿐인 여동생을 제대로 챙기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밝힌 젊은 가장이기도 했다.

A씨는 해머던지기 선수와 코치 생활을 이어가다 2019년 인천에 정착했다.

이후 직장을 다니며 착실히 생활비를 벌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애견 미용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또 다른 꿈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전세사기로 비롯된 중압감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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