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 욕설'에 댓글 작업했다…이재명 선거 도운 '의형제 넷'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4년 6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의형제를 맺은 것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가 연 정진상 전 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다. 검찰은 네 사람이 의형제를 맺은 배경이 정진상 전 실장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이날 증인석에 앉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정진상 전 실장, 김용 전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이 맺은 의형제 사이는 2014년 6월 네 명으로 늘었다. 김만배씨가 합류하면서다. 당시에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이후인데,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백모씨가 상대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던 데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대비가 필요한 때였다는 게 유동규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들 세 사람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대비해 김만배씨를 ‘영입’하게 된 것은 유동규 전 본부장의 ‘보고’가 역할을 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평소 김만배씨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검찰총장 등 법조계 고위 인사들과 통화를 하는 장면을 자주 봤고, 김만배씨가 자신이 성남에 있는 이유에 대해 “박영수 특검이 잘 살펴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정진상 전 실장과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정진상 전 실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백씨 수사에 대해서는 김만배씨에게 바로 부탁을 하는 등 김씨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실장이 웬만하면 의형제를 맺거나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데 2013년부터 김씨에게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라고 덧붙였다. ‘의형제’ 반열에 들어서기 전후로 김만배씨는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에게 자신이 진행하는 대장동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게 유동규 전 본부장의 증언이다.
이날 유동규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실장을 고리로 이재명 대표의 각종 선거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주장했다. 2014년 4월 이른바 ‘형수 욕설’ 음성 파일이 불거지면서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자, 유동규 전 본부장이 정진상 전 실장에게 “여론전에서 밀리면 어떡하냐”며 “인터넷 카페라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진상 전 실장이 “그러면 네가 하라”고 했고, 실제로 유동규 전 본부장은 김만배씨와 자신의 지인들, 남욱 변호사에게 인터넷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시민들이 많이 가입한 인테리어 카페나 재건축 카페, 리모델링 카페를 찾아 동네를 나눠서 맡아 관리했다는 것이다. “안 좋은 댓글이 달린 글에는 ‘욕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더라’하는 댓글을 달고, 댓글이 없는 글에는 ‘정치 얘기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희석했다”고 했다.
이 작업에는 남욱 변호사 회사 직원들도 동원됐는데,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이 쓴 게시글을 보내면 직원들이 댓글을 다는 식이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실제로 여론이 반전됐다”며 이 사실을 선거기간에 정진상 전 실장에게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만배씨의 법조 출입 기자 후배인 YTN 기자를 통해 선거 직전에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하도록 해 정진상 전 실장이 매우 좋아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도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가 된 뒤 다음 목표는 대통령이었다”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됐을 때 측근 그룹이 낙하산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급수에 맞는 역할을 나눠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가 도지사 당선 후 자신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정민용 변호사와 벌인 다시마 비료 사업 역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된 뒤 추진할 대북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정진상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넨 시간과 장소 등 ‘디테일’을 더하는 작업에도 집중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2019년 9월 정진상 전 실장 아파트에서 전달한 현금 3000만원에 대해서는 “편의점에서 과자와 비닐봉지 2개를 사 돈을 넣고 과자를 덮었고, 집에 들어가 소파 위에 부었다”고 했다. 편의점 위치가 어딘지, 어떻게 걸어갔는지 직접 지도를 짚으며 설명한 그는 “CCTV를 피하기 위해 현관에서 바로 연결된 계단으로 5층까지 올라갔다”면서 집의 구조를 A4용지에 직접 그리면서 설명했다.
2020년 10월 중순 건넨 3000만원에 대해서도 당시 정진상 전 실장의 사무실의 벽면 유리 재질이 어땠는지, 주머니에 어떻게 돈을 나눠 담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코트를 법정에 직접 가져왔는데, 유동규 전 본부장은 “안주머니와 바깥 주머니 3개에다 돈을 나누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까지 검찰 주신문을 모두 마친 뒤 다음 기일에 변호인 반대신문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유동규 전 본부장이 지병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호소해 재판은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일 열린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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