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홈리스 월드컵은 모두 공격수, 골 성취감이 희망 됐죠"

나원정 2023. 4. 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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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 영화 '드림' 주연
홈리스 월드컵 출전 실화 토대
배우 박서준이 홈리스 월드컵 실화 바탕 영화 '드림'으로 18일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홈리스(Homeless‧노숙자) 월드컵 규칙이 가장 와 닿았어요. 수비는 한명이고 나머지 선수 모두 공격할 수 있죠. 모든 선수들이 골을 넣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당신도 살아갈 수 있다. 낙오될 필요가 없다’ 희망을 주자는 취지예요. 우리가 같이 이 운동장 안에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달려가는 영화가 ‘드림’입니다.”
한국 대표팀의 홈리스 월드컵 첫 출전 실화를 담은 영화 ‘드림’(26일 개봉)에서 주연을 맡은 박서준(34)의 말이다.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축구스타 손흥민과도 절친으로 알려진 축구 덕후. 영화에선 노숙자 축구팀의 코치가 된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홍대’가 됐다. 탄탄한 체격부터 빠른 속도, 골 세레모니까지 실제 축구선수 같은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축을 책임졌다.
그는 하체 위주 트레이닝, 태닝, 조기 축구 등으로 축구선수 외형을 갖췄다며 전문적인 전력 분석까지 쏟아냈다. “홍대가 ‘타깃형 스트라이커’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열심히는 하지만 엄청나게 감각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아닐 것 같았고….”
‘리바운드’ ‘카운트’ 등 최근 극장가의 스포츠 실화 영화 붐을 잇는 ‘드림’은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한국팀 이야기가 토대다. 홈리스 월드컵은 전후반 7분씩 총 14분간 진행되는 풋살 경기. 자활 목적의 ‘거리 잡지’가 발간돼야 참가가 가능한데, 2010년 ‘빅이슈 코리아’가 창간되며 자격을 얻은 한국팀이 그해 출전해 남자 43팀 중 꼴찌(11전 1승 10패)를 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박수받으며 최우수 신인팀상을 수상했다. 천만 흥행을 거둔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18)의 이병헌 감독이 각본을 겸해, 상상을 보탠 허구의 캐릭터로 오합지졸의 출전 과정을 경쾌한 휴먼 코미디에 담았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출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는 ‘열정페이’ PD 소민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박서준 "폭염 촬영, 아이유 덕에 좋은 기운 얻어"


홍대는 프로 축구단의 만년 2등 선수. 설상가상 사기를 저지른 어머니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박명훈)를 폭행한 사건으로 반강제 은퇴하며 연예계 데뷔를 준비한다. 어머니 사건을 뒷수습하려면 돈이 필요해서다. 노숙자들의 재활을 위한 월드컵 국가대표팀 코치 자리를 받아들인 것도 신파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이미지 세탁을 하자는 매니지먼트사의 계획에 맞춰서다. 그렇게 억지로 선 필드에서 홍대는 생각지 못한 변화를 맞게 된다. 자기 문제에 짓눌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그의 팍팍한 삶에 노숙자 축구단이 숨통을 틔워준다. 주색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한 과거를 후회하는 환동(김종수), 재혼한 전처와 곧 호주로 떠날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효봉(고창석), 지적장애인인 아내(이지현)에게 푹 빠진 사랑꾼 범수(정승길), 누군가를 찾고 있는 고아 인선(이현우), 반전 감수성의 소유자 문수(양현민), 비밀을 감춘 영진(홍완표) 등 사연 많은 노숙자를 돕게 되면서다.
잉꼬부부 역의 정승길‧이지현은 실제 23년 차 부부. 이들을 비롯해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드라마를 지탱한다면, 박서준‧아이유의 톡톡 튀는 입담 대결이 영화에 웃음 스타카토를 찍는다. 김우빈‧강하늘 주연 코미디 영화 ‘스물’(2015),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등 20~30대 배우들의 재치있는 대사 연기를 끌어내 온 이병헌 감독의 특기가 잘 살았다. 경찰대생의 버디 액션 영화 ‘청년경찰’(2017),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 자신만의 포커페이스 코미디를 선보여온 박서준과 이 감독의 궁합이 좋다. 다큐를 꼭 성공시켜야 하는 소민이 뻣뻣한 홍대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박서준은 “풋살 장면을 폭염 속에 찍어 힘들었는데 아이유씨가 좋은 기운을 많이 줬다”고 돌이켰다.

천만감독 이병헌, 홈리스 월드컵 동행 취재까지


26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전작 '극한직업'으로 천만흥행을 거둔 이병헌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았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홈리스 월드컵 장면은 촬영 여건상 헝가리에서 촬영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축구대회 장면 등이 코로나19팬데믹 시기 난항을 겪으면서, 기획부터 완성까지 8년여가 걸렸다. 실화를 담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홈리스 월드컵을 처음 접한 이병헌 감독이 이후 노숙자들을 만나고,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동행해 한국팀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취재한 내용을 영화 장면에 녹여냈다. 17일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실화이고 소외계층을 다루기 때문에 희극 톤을 조절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만한 대중영화로 만들어서 홈리스 월드컵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지난한 제작 과정을 버틸 동기 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블 출연 박서준 "마동석 형과 촬영 전 얘기 나눠"


헝가리에서 촬영한 홈리스 월드컵 장면. 다섯명이 출전하는 풋살 경기 방식으로, 실제 헝가리 촬영 당시 "대~한민국!" 한국말 응원이 울려 퍼졌단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드림’은 오는 11월 개봉하는 마블 영화 ‘더 마블스’로 할리우드 진출한 박서준의 티켓파워가 시험대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칸영화제‧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에서 짧고 굵은 인상을 남긴 데 이어서다. 12일 마블 스튜디오가 공개한 ‘더 마블스’ 예고편에는 장발의 박서준이 전투를 이끄는 갑옷 차림 모습이 공개됐다. ‘더 마블스’는 2019년 개봉작 ‘캡틴 마블’의 후속편으로 박서준의 정확한 배역은 베일에 가려있다. 박서준은 “(먼저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마동석 형과 촬영 전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지금은 계약상 자세히 말씀드리면 저에게 치명적이다. 개봉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라”고 여운을 남겼다.
영화 '드림'의 주연 박서준(왼쪽)은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마블 영화 '더 마블스'를 통해 할리우드 진출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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