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북 요청 전달 받았다"..."모른다"던 안부수 법정 변심
쌍방울그룹과 경기도가 대북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북측과의 소통 채널 역할을 했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 ‘이재명-김성태 통화’ 목격담 등을 법정에서 털어놨다. 대북 소통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안 회장이 지난 1월 재판 당시 “모른다”고 일관하던 태도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그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방어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회장은 18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정치자금법·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출석해 ‘이재명 지사 방북비용을 쌍방울그룹에서 북한에 전달한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북측에서 5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200만달러인지 300만달러로 낮췄다는 얘기를 북측 인사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가 방북을 희망한다는 요청을 북한에 전달해달라’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며 “3번 친서를 받아서 2번 전달했고, 마지막 친서는 경기도지사 방북 초청 건이라고 했더니 북측에서 무슨 내용인지 안다고 안 줘도 된다고 해서 전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안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안 회장은 지난 1월 16일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팜 비용 대납 의혹과 북측의 산림녹화를 위한 정원수 지원 배경 등에 대해 “경기도와의 연관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방북비용 대납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앉은 증인석에서 안 회장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이 전 부지사와 경기도 평화협력국 공무원들, 김 전 회장 등 쌍방울그룹 임원들과 북측 인사들을 접촉해 대북사업을 논의했던 내용들을 자세히 털어놨다.
특히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이 나란히 앉아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과 조정철 참사를 만났던 2019년 1월17일에 있었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안 회장은 “이화영 부지사가 스마트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송명철이 화를 내면서 ‘이화영 선생은 약속도 안 지키고 어딜 뻔뻔스럽게 왔냐’고 짜증을 냈다”며 “이때 김성태 회장이 ‘우리 형인데, 나도 여기서 나가겠다’고 해서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회의를 간단히 하고 저녁 회식을 하러 갔다”고 말했다.
함께 이동한 회식 장소에서 이 전 부지사가 본인 휴대전화로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회장과 통화를 하게 했다는 증언도 했다. 안 회장은 “김성태 회장이 전화를 받고 ‘예예’ 하면서 통화를 해서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이재명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안 회장은 “북한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방법, 회의장 임대, 식사비용까지 전부 내가 계산했다는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태협은 기업이 아니라 돈이 없다”고 덧붙였다.
안 회장은 그간 이같은 말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되기 이틀 전에 집 앞으로 찾아왔다. 언론보도가 나오고 시끄러워 (허위 진술 요구를) 받아들이고 김 전 회장을 내가 오래 전부터 알았던 걸로 증언할테니 이 전 부지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재차 나선 법정 증언에서 진술 태도를 180도 뒤집은 이유에 대해선 “이러한 사실을 나만 아는 게 아니고 내가 숨긴다고 덮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는 상당히 친분이 있고 의형제 같은 관계였고, 아태협이 쌍방울그룹에 신세를 지고 있었으니까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손성배·최모란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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