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투자 줄고 규제 리스크까지…벤처투자 겨울에 스타트업 ‘사면초가’

윤상언 2023. 4. 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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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이 18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부]

얼어붙는 벤처투자 시장에 더해, 규제 리스크까지. 투자 혹한기에 부딪힌 스타트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도 벤처·스타트업계를 되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 팔을 걷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벤처캐피털(VC) 포럼을 개최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과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포함해 VC와 액셀러레이터(AC)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행사 참석자 대부분은 벤처 기업들의 생존 위기를 토로했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후속투자인 시리즈 B 이상의 투자에서 (함께 투자해야 하는) 다른 투자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저희 포트폴리오 기업 중 시리즈 B 이상에서 투자를 받지 못한 경우, 수익모델을 함께 만들고 구조조정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모태펀드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 정책자금인 모태펀드의 올해 출자 규모는 3135억원으로 지난해(5200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줄었다. 윤건수 협회장은 “모태펀드가 증액되면 투자 사각지대에 있는 벤처 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중요해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다. 전날(17일) 중기부가 발표한 ‘1분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8815억원으로, 전년동기(2조2214억원) 대비 60.3% 감소했다. 중기부는 “지속된 실물경기 둔화,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회수시장 부진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벤처펀드 출자금액은 정책금융과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지난해 1분기보다 크게 줄었다. 정책금융에서 모태펀드 출자액은 1년 사이 36.8%(1280억→786억원) 줄었고, 성장금융도 75%(2551억→590억원) 줄었다. 민간부문에서는 개인의 출자금액(5536억→454억원)이 91.8% 가량 축소했고, 금융기관(7894억→911억원)은 88.5% 감소, VC(2752억→590억원)는 78.6% 감소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 대책은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지난 13일 기자 대상 설명회에서 “벤처투자 시장이 감소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봐서 공포심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며 “2021년과 2022년의 벤처투자 금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투자 감소세가 길어지거나 낙폭이 너무 커지는 등 변동성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벤처투자금액은 8815억원으로, 2019년 1분기(6339억원)와 2020년 1분기(7789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2021년 1분기 투자금액은 1조318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0.5% 늘었고, 2022년 1분기(2조2214억원)에는 68.5%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영향이다.


현장 분위기는?


벤처투자가 위축되면서 스타트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이들의 어려움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니.

① 말라가는 자금: 시장에 투자금이 말라가고 있다. 금리 상승에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VC를 비롯한 투자자의 스타트업 투자 결정이 더욱 신중해진 영향이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서치팀 리더는 “벤처 투자 빙하기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투자 유치를 막 시작하려던 스타트업”이라며 “(미리 투자를 받고) 돈을 축적한 곳은 버틸 힘이 있지만, 그렇지 못해 현금이 떨어지는 곳들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② 엎친데 덮친 규제: 벤처투자가 얼어붙는 와중에, 규제 리스크라는 ‘이중고’를 겪는 스타트업도 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에서만 한시적으로 서비스가 가능한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다음달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한다면 닥터나우, 올라케어, 메디르 등의 스타트업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다.

③ 커지는 기술격차: 최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빅테크와 소규모 스타트업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인공지능(AI) 분야의 경우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오픈AI와 구글이 AI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국내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가 생성AI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앞으로는


경제 불황 등 대외적 요인이 나빠지면서 유망한 스타트업의 폐업을 막기 위한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당장 긴급하게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의 특별 보증 등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 자금조달 방법이 다변화되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스타트업과 벤처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대책을 오는 20일 내놓을 예정이다. 중기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날 합동으로 ‘혁신 벤처 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정책금융 지원정책, 스타트업 규제 해소 지원방안 등의 대응책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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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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