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금 500억원…피해자 계속 늘어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중심으로 한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금이 500억원대, 피해자는 8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A(61)씨와 일당의 전세 사기 금액은 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됐다. 이는 먼저 기소된 피해금 125억원에 경찰이 추가로 수사중인 사건의 피해금을 합친 금액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도 당초 161명에서 800여명 가량 늘어났으며, 피해 지역은 대부분이 인천 미추홀구로 조사됐다.

경찰은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과 관련해 공범 51명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으며 이들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A씨와 공인중개사 등 공범 9명은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먼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A씨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대출이자를 연체하는 등 자금 사정 악화로 집이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전세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빌라 등 주택을 지었다.

그는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 현재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들 명의로 공인중개사무소 5~7곳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소유한 주택 중개를 전담하게 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주택의 실소유자가 A씨라는 사실을 숨겼으며, 지난해 1월부터는 여러 주택에 경매가 시작됐는데도 이를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인천에서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은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거주 아파트.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검찰은 현재 A씨와 일당이 보유한 재산 중 일부를 동결하기 위해 추징보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A씨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 증언 등을 양형 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며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살인' 사건으로 규정해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은 (A씨가) 공인중개사를 고용해 이들 명의로 계약을 체결토록 하는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전세사기와 달라 수사에 어려움이 믾았다"며 "행정당국에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인천에서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졌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